글로벌 채권시장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23일(현지시간) 장중 ‘3%’ 선을 돌파했다. 심리적 저항선으로 인식된 3% 돌파는 유가 상승이 기폭제 역할을 했다.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한미 금리 격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금리 상승은 국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의 자금 유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우려된다. 최근 코스피에서 이틀 연속 외국인이 8,420억원을 순매도한 것도 미 국채 금리 급등의 여파로 분석된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미국 국채 10년물은 장중 한때 3.93bp(1bp=0.01%포인트) 오른 3.0009%에 거래됐다. 10년물 금리가 3% 선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14년 1월9일 이후 4년여 만에 처음이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 세계 장기 시장금리의 벤치마크 역할을 한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3%를 넘은 것은 4년4개월 전인 2013년 12월31일(3.028%) 이후 한 차례도 없었다. 이날 우리 국고채 10년물은 2.73%를 기록했다.
미국의 국채 금리 상승은 미중 무역전쟁 우려가 완화되는 가운데 유가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이날 영국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6월물은 전 거래일 대비 0.38% 상승한 배럴당 74.0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가 80달러대까지 단기 급등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장재철 KB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 전망을 고려하면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 3%도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3%대 진입은 시기의 문제”라고 말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한국은행이 올 하반기 금리를 한 차례 인상하거나 일각에서는 연내 동결 가능성마저 제기하면서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 폭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시장에서도 한은의 경제성장률과 물가 전망 경로에 큰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횟수 확대 우려와 미국채 금리의 상승 압력으로 금리 역전 차는 더욱 빨라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NH투자증권도 이날 미국 국채의 금리 상승에도 국내 물가의 안정적인 흐름으로 한미 금리 격차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진단했다. 강승원 NH투자 연구원은 “미국의 시리아 공격에 지난주 미국 원유 재고 감소까지 확인되며 국제유가가 70달러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올랐다”면서 “연초 글로벌 금리 급등을 떠올리게 하지만 이번에는 국내시장을 포함해 주요 선진국 금리가 함께 급등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언급했다.
다만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으로 단기적으로는 외국 투자자본이 빠져나갈 수는 있지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게 시장의 진단이다. 강 연구원은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3.0%를 목전에 두고 있는 점은 부담스럽지만 이를 국내 장기금리의 추세적인 상승이나 금융통화위원회의 긴축 강화 가능성으로 해석하는 것은 기우”라고 판단했다. 그는 “국내적으로 원화 강세로 수입 물가지수가 안정화한 상황에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물가지수 상승 압력은 높지 않을 것”이라며 “채권 포지션을 축소하는 것보다 단기물 위주의 캐리 투자가 유효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