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건 원장의 탈모 이야기 -22] 여성 탈모도 유전일 확률이 높다

여성도 탈모 유전자 있고 남성 호르몬 많아지면 탈모
폐경기 이후 대머리 아닌 모발 가늘어지는 증상 나타나
다난성난소 증후군 등 여성 호르몬 질환 때도 탈모
유전에 의한 탈모인지 약 복용 이전에 정확한 진단 필수

출처 / 이미지투데이

옥건 옥건헤어라인의원 원장

흔히 탈모라고 하면 대머리를 연상하지만 근래에는 탈모로 고민하는 여성들도 많아졌다. 식습관, 생활 습관 등의 변화와 산업화에 따른 공해로 탈모가 많아진 이유도 있지만 계절 변화에 따른 약간의 탈모에도 민감해하는 여성들이 많아진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여성의 경우 병원을 찾을 정도로 심각한 탈모는 드물고 대부분 머리 하러 갔다가 미용실에서 탈모 관리를 받아보는 정도이다. 그렇지만 갱년기를 넘어선 여성은 모발이식을 받아야 될 정도로 심한 탈모가 발생하기도 한다.

“아버지와 할아버지 모두 다 머리가 없어요.”

필자의 모발이식 클리닉을 찾는 남자 분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외가 쪽은 어떠냐”고 물어보면 “어머니 쪽도 관계가 있느냐”고 반문하는 분들도 간혹 있다. 사실 직계가족을 비롯한 친척들에게 탈모가 있는 지는 유전에 의한 탈모 진단의 참고 자료일 뿐이니 집안에 탈모가 있다고 걱정만 하지 말고 필자의 칼럼 13회의 ‘유전에 의한 탈모의 자가 진단법’을 참조해서 정확하게 판단하기 바란다.

예전에는 탈모 유전자를 상염색체 유전으로만 봤다. 상염색체 유전이라는 것은 성별에 관계없이 유전이 된다는 뜻이다. 만약 자신이 대머리라면 아버지 쪽과 어머니 쪽 유전일 확률이 반반이라는 의미다. 그렇지만 최근에 성염색체에도 탈모 유전자가 존재할 가능성이 밝혀졌다.

성염색체 유전 양식: 자녀는 아버지에게서 하나, 어머니에게서 하나의 성 염색체를 받게 된다. 아들의 X 염색체는 모두 어머니에게서 전해진 것으로 X염색체의 탈모 유전자는 어머니에게서만 받게 된다.

남성의 성염색체는 XY, 여성의 성염색체는 XX 인데 태어나는 아기의 성별은 어버지에게서 어떤 염색체를 받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즉 X 나 Y 는 부모 중 한 명에게서 각각 받는데 어머니는 모두 X이기 때문에 아버지에게서 X 염색체를 받으면 딸이 되고 Y 염색체를 받으면 아들이 태어난다. 탈모 유전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것은 X염색체로 만약 탈모 유전자가 있는 X 염색체를 ⓧ라고 한다면 남성은 ⓧY 형태가 되는데 여기서 ⓧ 는 100퍼센트 어머니에게서 오는 것이다.

그렇지만 탈모는 성과 관계없는 상염색체 유전이 더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이며 성염색체에 의한 모계 유전의 영향은 크지 않다. 그렇다고 모계 유전의 영향 자체가 적다는 것은 아니다. 상염색체는 어머니, 아버지 같은 비율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성과 같은 비율로 탈모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여성에게는 왜 남자처럼 대머리가 생기지 않는 것일까?

성인이 되기 이전의 초중고 학생들을 보면 남녀 상관 없이 대머리가 존재하지 않는다. 아마 그 나이 때부터 대머리가 된다면 주변 친구들의 놀림거리가 될 것이다. 탈모는 정도가 심하지 않더라도 어린 나이에 찾아 올수록 스트레스가 심하다. 그렇지만 유전에 의한 남성형 탈모, 속칭 대머리는 성인이 되고 어느 정도 나이가 지나서부터 탈모가 시작된다. 머리가 하나도 없는 사람도 어려서는 남들보다 숱이 많았다고 말하기도 한다.

탈모 유전자를 지니고 있더라도 성인이 되기 이전에는 탈모가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탈모 유전자의 탈모 작용을 발현시키기 위해서는 남성호르몬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즉 유전에 의한 남성형 탈모가 발현하려면 두 가지 조건이 반드시 필요하다. 탈모 유전자와 남성호르몬이다. 선천적으로 탈모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사춘기가 지나서 남성호르몬이 왕성하게 분비되기 시작해야 비로소 탈모가 진행되는 것이다.


필자의 임상 경험으로 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남성 탈모는 거의 유전에 의한 탈모라고 봐도 된다. 유전에 의한 남성형 탈모의 경우 매스컴에서도 언급되는 여러 다른 탈모 치료로는 장기적인 효과를 볼 수 없기 때문에 진단과 치료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필자의 칼럼 14회와 15회를 참고해 주기 바란다.

여성이 대머리가 된다고 하면 안타깝게 여겨질 정도로 드문 일이지만 여성은 남자들과 다르게 사춘기가 지나도 유전으로 탈모가 생기지는 않는다. 사춘기 때부터 분비되기 시작하는 여성호르몬은 오히려 탈모를 방지해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여성의 머릿결에도 윤기있는 매력을 불어 넣어 준다.

의학적으로 남성호르몬과 여성호르몬은 스테로이드 호르몬의 일종으로 구조가 비슷하여 인체 내에서 촉매의 작용에 따라 서로의 모습으로 변환 될 수 있다. 남녀 불문하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호르몬의 작용이 약화 되는데 남성은 남성호르몬이 줄어들어 근력이 약화되고 여성은 여성호르몬이 줄어들어 피부의 탄력이 줄고 탈모가 생긴다. 그런데 한쪽 성 호르몬이 줄어들면 다른 성호르몬이 늘어나는 현상이 있어서 노쇠해 짐에 따라 남성은 여성화되고 여성은 남성화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군림하던 가장의 모습이었던 아버지는 나이가 들수록 고분고분해지시고 순종적이던 어머니는 빽빽 소리를 지르신다.

그렇다면 유전에 의한 탈모가 어떤 경우에 여성에게도 나타날까?

위에 설명한 것처럼 유전에 의한 탈모의 두 가지 필수조건인 탈모 유전자와 남성호르몬을 충족할 경우 여성에게도 남성과 비슷한 유전에 의한 탈모가 일어날 수 있다.

가장 흔한 경우가 여성이면 평생 한 번 겪게 되는 폐경기 이후이다. 폐경기 이후에는 탈모를 방지하는 여성호르몬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탈모를 유발하는 남성호르몬이 늘어나서 유전에 의한 탈모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여성에게도 남성처럼 대머리 비슷한 증상이 생길 수도 있는데 폐경기라고 모든 여성에게 같은 증상이 생기는 것은 아니고 반드시 탈모 유전 형질을 지닌 여성에게만 가능한 일이다. 또한 폐경기 이후라도 여성은 실제 남성에 비해 남성호르몬이 적기 때문에 남성처럼 대머리가 되는 경우는 생기지 않는다. 단지 탈모 부위가 남성형 탈모와 동일하고 그 부위의 모발이 가늘어지는 증상이 대부분이다.

그 외에 젊은 나이라도 여성 호르몬 관련 질환이 있을 경우 유전에 의한 탈모가 생길 수 있다. 다난성난소 증후군이 대표적인데 여성에게 발병할 빈도는 5-10 %로 높은 편이다. 여성 호르몬 관련 질환은 대부분 생리 주기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생리 주기가 불규칙할 경우 탈모를 떠나서도 산부인과 진료를 꼭 받아 보기 바란다. 특정 질환에 의한 탈모는 그 질환을 치료하기 전에는 어떠한 방법으로도 치료 될 수 없다.

사실 여성에게 탈모가 있을 때 원인이 유전인지 아닌지는 남성에 비해 진단하기 어렵다. 증상이 명확하게 들어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다른 원인의 탈모와 형태만으로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원인이 유전이고 남성호르몬 영향이라면 치료 법이 다르기 때문에 병원 외의 일반적인 탈모 치료로는 치료효과가 미비하다는 점을 명심하자.

유전에 의한 남성형 탈모 치료제인 프로페시아(성분명 피나스테리드)나 아보다트(성분명 두타스테리드)는 부작용 때문에 가임기 여성에게는 금기시 되는 약이지만 지금까지 언급한 폐경기 이후의 탈모에는 별 부작용 없이 복용이 가능하며 효과도 가장 좋다. 단 폐경기 이후라도 유전에 의한 탈모에만 효과가 있는 약이기 때문에 복용 이전에 정확한 진단이 필수이다. 다음 회에서는 여성형 탈모의 치료법 들과 남성형 탈모와의 차이점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알아 보겠다./okhairline@naver.com

옥건 원장은···

▲가톨릭의과대학 졸업 ▲옥건헤어라인의원 원장 ▲국제모발이식학회(ISHRS) Best Practical Tip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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