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용어가 ‘영(英)연방’의 의미로 사용된 것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의 일이다. 전쟁 후 영국은 재정이 파탄 상태에 이른 반면 함께 참전한 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6개 나라는 더 이상 속국으로 다룰 수 없을 만큼 몸집이 커졌다. 이에 영국은 1931년 웨스트민스터법으로 6개국의 독립을 승인했고 이들과 함께 결성한 것이 ‘브리티시 코먼웰스(British Commonwealth)’다. 영국 문화가 지배하는 백인 독립국 모임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식민지 독립으로 상황이 또 달라진다. 영국은 인도 등 아시아·아프리카의 유색인종 국가들이 독립하자 1949년 이들을 포함한 ‘코먼웰스 오브 네이션스(Commonwealth of Nations)’를 출범시켰다. 오늘날 우리가 영연방이라고 부르는 연방체의 정식 명칭은 바로 이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여기에 모잠비크와 르완다 등 영국의 식민지가 아니었던 나라들도 자발적으로 가입해 있다는 것이다.
53개 회원국을 거느린 코먼웰스의 차기 수장에 영국의 찰스 왕세자가 내정됐다. 코먼웰스 회원국들은 최근 런던 윈저궁에서 찰스 왕세자가 수장 자리를 승계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올해로 92세를 맞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질서 있는 퇴장’이 시작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영국은 유럽연합(EU) 탈퇴에 대한 대안으로 코먼웰스 국가들과의 결속 강화를 원한다. 하지만 커밀라 파커 볼스와의 재혼 등으로 찰스 왕세자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과연 ‘킹 찰스’가 영국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오철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