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로스 "드루킹, 느릅나무 회계기록 매일 삭제하라고 지시"

警, 중앙회계법인·파주세무서 압수수색

네이버 댓글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 수사관들이 24일 느릅나무 출판사 세무 업무를 담당한 서울 강남구 한 회계법인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물품을 차에 싣고 있다./송은석기자

포털 댓글조작 혐의를 받는 ‘드루킹(필명)’ 김동원씨가 댓글조작에 사용했던 느릅나무 출판사의 회계기록을 매일매일 삭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느릅나무 회계관리를 맡았던 회계법인 직원 역시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으로 드러났다. 또 경공모 회원이 대부분인 느릅나무 직원들은 느릅나무의 자금이 떨어지면 경공모에서 자금을 조달해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24일 서울지방경찰청은 구속된 김씨 등으로부터 이 같은 진술을 확보하고 느릅나무 회계업무를 담당했던 서울 강남구 중앙회계법인과 세무자료가 제출된 파주세무서를 압수수색했다.

경찰에 따르면 느릅나무의 회계업무를 담당한 ‘파로스(필명)’ 김모씨는 “자금 유출입 정보를 담은 회계자료를 매일 엑셀파일로 작성해 중앙회계법인에 보냈고 김동원의 지시로 2016년 7월부터 보내는 즉시 파일을 삭제했다”고 털어놓았다. 또 “느릅나무가 명목상 출판사일 뿐 실제로는 온라인 쇼핑몰 ‘플로랄맘’을 통해 비누 등을 판매했고 수입이 많지 않아 경공모 자금을 끌어 쓰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경공모서 자금 조달…회계법인 담당 직원도 회원


느릅나무 명목상만 출판사, 실제론 온라인 쇼핑몰”

핵심 금융내역 확보…金의원 보좌관 조만간 소환



경찰은 삭제된 회계정보를 복구할 수 없기 때문에 중앙회계법인과 파주세무서 압수수색을 통해 느릅나무 회계정보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회계장부와 세무서 신고자료를 확보해 범행에 사용된 자금 출처와 사용처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특히 중앙회계법인의 느릅나무 담당자가 경공모 회원인 것으로 밝혀진 만큼 회계자료 은폐에 대한 의혹도 더욱 커졌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느릅나무 상근직원 8명이 모두 경공모 회원으로 사실상 느릅나무와 경공모의 자금이 함께 움직였다”며 “삭제된 회계자료가 회계법인이나 세무서 등에는 남아 있을 것으로 보고 압수수색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경찰은 느릅나무 자금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지난 23일 계좌추적용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 현재 구속된 피의자 등이 자신의 이름을 사용한 15개 금융기관의 35개 계좌정보를 건네받아 분석하고 있다. 특히 구속된 피의자들과 거래한 상대방, 참고인 등의 금융내역을 확보했지만 이들이 차명계좌를 사용했을 가능성도 열어놓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이 자금흐름과 관련해서는 수사에 대단히 비협조적이어서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있다”면서 “느릅나무를 비롯한 피의자·참고인들이 사용했던 수표·무통장입금 등 모든 거래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드루킹 일당과 500만원의 돈거래를 한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 보좌관 한모씨를 조만간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돈을 건네준 방식과 시기 등에 따라 돈거래의 성격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 조사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경찰은 돈을 건네준 ‘성원(필명)’ 김모씨와 한씨와의 대질조사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전자담배 상자에 돈을 넣어 전달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상자에 담았는지, 봉투에 담았는지, 계좌로 보냈는지 등 구체적인 전달방법의 사실 여부 확인이 피의자 진술의 신빙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라며 “돈을 주고받은 김씨와 한씨의 진술을 서로 맞춰봐야 한다”고 전했다.
/김민형기자 kmh20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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