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매각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한국석유공사의 100% 자회사인 캐나다 하베스트 유전에 이미 지난해부터 국내외 투자자가 투자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모건스탠리는 하베스트 소수지분 투자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건스탠리는 기존에 투자한 북미 지역 셰일오일 기업에 20년 장기로 물량 공급을 계약하는 전제 조건을 내걸었다. 모건스탠리가 소유한 셰일오일 기업은 석유 개발 단계에서 중간에 해당하는 미드스트림(에너지 수송과 저장·액화 등) 분야에 전문성을 갖고 있다. 반면 하베스트는 샌드오일 기업으로 미드스트림보다 앞 단계인 업스트림(자원개발탐사)에 해당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샌드오일 개발 기업이 어려울 때 투자해 가격이 상승하면 채취한 석유에 대한 수송 등 처리 수요를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건스탠리는 모건스탠리에너지파트너스를 통해 북미 지역의 에너지회사에 주로 투자해왔다. 중동과 아프리카 석유와 가스 개발에 주력하는 스털링에너지를 비롯해 바이오 디젤 기업인 아벤티노재생에너지, 천연가스 채취에 주력하는 칸테라 리소시스 등에 지분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석유공사 관계자는 “모건스탠리 쪽에서 초기 단계의 검토만 한 것으로 보인다”며 “구체적인 협상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미국의 대형 에너지 기업 회장이 최근 방한해 국내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접촉을 추진해 하베스트 지분 인수를 위한 의향을 내비칠 수 있다는 예상도 내놓고 있다.
국내 IB들도 하베스트에 관심을 갖고 있다. 지난해 한국투자증권과 멕쿼리인프라자산운용 등이 컨소시엄을 이뤄 수천억원 규모의 투자를 추진했다. 업계 관계자는 “채취 방식도 발전하고 있어 경제성도 향상되고 장기적으로는 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석유공사 측은 당장 상환이 필요한 자금인 2억4,000만달러(약 2,550억원)에 해당하는 자금 조달을 위한 구체적인 협상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투자자 측에서 석유공사가 시장을 통해 조달할 수 있는 금리보다 1%포인트 높게 요구하고 있다”며 “협상은 결렬됐다”고 말했다.
석유공사가 2009년 지분 100%를 인수한 캐나다 샌드오일 기업 하베스트는 인수과정에서 사업성 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는 등 부실한 처리로 현재까지 도마 위에 오른 기업이다. 인수 당시 장부가치로 4조5,500억원이었던 하베스트는 2016년 말 기준으로 3,070억원으로 떨어져 있다. 산업부 산하 해외자원개발 혁신 태스크포스(TF)는 지난해 12월 지질자원연구원에 위탁한 석유·가스공사 해외자원개발사업에 대한 경제성 재평가 결과가 나오는 대로 부실사업의 자산 매각을 권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자체 회의에서 민간위원들은 석유공사 자체를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하기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세원 김상훈기자 wh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