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수요일] 방문객

정현종(1939~)

정현종(1939~)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누구라도 수많은 방문객들을 만나지만, 저렇게 어마어마한 일로 맞이한 적이 있는가? 그 사람의 과거만 보거나, 다른 사람들의 소문만 보거나, 가져온 선물만 보거나, 그를 통해 이룰 나의 욕망만 본 적은 없는가? 일생이 온다니 과거는 털고, 현재는 손잡고, 미래는 함께 갈 기회로구나. 오해와 미움으로 부서진 가슴을 환대로 보듬을 수 있다면, 어마어마한 일이 꼭 무겁기만 한 것은 아닐 것이다. 나비는 꽃의 일대사를 짊어지고도 춤추고, 꽃은 나비의 생계를 떠받치고도 바람에 나부끼지 않는가?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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