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진출 50년’, 하이트진로가 일으킨 ‘술 한류바람’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김병주 기자] 국내 대표 주류기업 하이트진로가 해외시장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코리안 위스키’로 불리는 소주는 이미 아시아 시장을 사로잡았고, 맥주 역시 본고장인 유럽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전 세계에 ‘한류 주류 열풍’을 몰고 온 하이트진로의 도전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8년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공항에서의 쇼핑은 여행을 즐기는 또 하나의 묘미다. 면세를 받아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전세계 공항 면세점은 언제나 발 디딜 틈 없이 붐빈다.

면세점에 입점하기 위한 각 분야 주요 브랜드들의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주류다. 특히 주류 시장에선 면세점을 자사의 제품을 글로벌시장에 홍보할 수 있는 일종의 장으로 활용한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모이는 공항이야 말로 홍보에 최적화된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해외시장 진출을 노리는 주류 업체들은 면세점에 입점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다.

[사진=하이트진로]하이트진로 베트남 하노이 법인사무소에서 열린 소주 수출 5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도 그 중 한 곳이다. 자사 소주 제품을 글로벌시장에 알리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해외 공항 면세점 입점 전략을 카드로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 전략은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하이트진로는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 면세점에 자사 소주 브랜드 ‘참이슬’을 입점시키는데 성공했다. 첵랍콕 공항은 연간 이용객 수가 3,500만 명에 달하는 아시아의 대표적인 국제공항이다.

현재 하이트진로는 참이슬 후레시, 자몽에이슬, 청포도에이슬, 일품진로 등 대표 소주 제품들을 공항 내 주요 주류 매장 5곳에서 판매를 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국제공항 면세점에서의 브랜드 체험이 곧 본국에서의 소비로 이어질 가능성을 제공한다”며 “앞으로도 세계 거점 공항의 면세점 입점을 추진해 국내 대표 소주 브랜드로서의 위상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하이트진로는 싱가포르 창이, 인도네시아 발리, 미얀마 양곤 등 세계 거점 공항 면세점에 입점해 소주 알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올해는 하이트진로 소주가 해외시장에 진출한 지 딱 50년이 되는 해다. 지난 1968년 베트남전쟁 파견 군인을 위해 소주를 처음 수출하기 시작한 하이트진로는 1972년 인삼주 개발과 함께 해외영업부를 신설하며 본격적인 해외시장 개척에 나섰다. 이후 하이트진로는 수출품목을 인삼주, 소주, 기타재제주로 확대했고, 수출 지역 역시 미국, 일본, 동남아, 유럽 등지로 넓혀나갔다.


[사진=하이트진로] 베트남 진로포차1호점 내외부

하이트진로는 1990년대 들어 교민 위주 시장이 아닌 현지인 위주 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일본, 미국을 시작으로 러시아, 중국, 베트남 등에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인 공략을 통해 해외 실적을 늘려나갔다. 그 결과는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17년 하이트진로의 수출 규모는 약 940억 원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20년 전인 1997년 339억 원에 비해 약 3배 가량 늘어난 수출 규모다.

특히 동남아시장에서의 수출 성장세가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동남아시장으로의 소주 수출액은 전년 대비 47%나 증가했다.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하며 동남아 지역에 ‘소주 한류’ 열풍을 이끌고 있다.

판매량도 급증했다. 2015년 490만 달러 수준이었던 동남아 지역 소주 판매량은 ‘소주 세계화’를 선포한 2016년 600만 달러로 뛰어올랐다. 지난해에는 880만 달러 규모를 판매하며 2년 전과 배교해 180% 가까운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6~7달러로 책정된 현지 판매가격과 동남아시장의 구매력을 고려하면, 이 같은 성장세는 매우 의미 있는 수준이라 할 수 있다.

하이트진로는 동남아 지역에서 소주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베트남 하노이에 진로포차 1호점, 캄보디아 프놈펜에 안테나샵을 설치해 운영 중이며, 필리핀에선 할로윈과 크리스마스 클럽파티를 실시하는 등 ‘소주 알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시장은 소주의 세계화를 향하는 가장 역동적인 시장”이라며 “동남아 뿐만 아니라 미주, 유럽 아프리카 등 해외시장에서도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해 글로벌 주류기업으로 자리매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하이트진로]프랑스 파리에서 현지인들이 하이트와 참이슬을 즐기고 있다.

소주가 한국 전통 주류의 세계화에 기여했다면, 맥주는 ‘맥주 시장의 본거지’인 유럽에 직접 파고들어 정면 승부를 펼치고 있다. 지난해 하이트진로는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 유럽 주요 국가에서 약 22만 상자의 맥주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대비 60% 증가한 수치로 최근 5년간 판매규모 역시 2배 이상 늘어났다.

이 같은 성장 배경에는 최근 유럽인들 사이에서 ‘건강식’으로 각광받고 있는 한식 열풍이 자리 잡고 있다. 유럽에서 한식을 즐기는 문화가 생겨나면서 한식당을 찾는 기회가 많아졌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하이트진로 맥주 제품이 알려질 수 있었다.

하이트진로는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런던, 파리, 프랑크푸르트 등 주요 국가별 대도시 상권에 있는 한식당을 중심으로 시음 이벤트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 결과 ‘하이트’와 ‘스타우트’가 고급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러시아에서 지난해에만 맥주 17만 상자를 판매했다. 글로벌 전체 판매량의 80% 가량을 러시아에서 판 셈이다.

황정호 하이트진로 해외사업본부 상무는 “올해 안에 런던에 팝업스토어를 오픈하는 등 현지인 대상 영업을 확대할 예정”이며 “유럽 현지 유통망을 지속적으로 넓히고 시장 지배력을 강화해 맥주 본고장 유럽에서 고성장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bjh112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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