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기업 CEO]노범준 어웨어 대표, ‘깨끗한 공기로 건강한 삶을 선물 한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김병주 기자]미국 실리콘밸리는 창업인들에게 꿈의 무대로 불린다. 그 곳에서 최근 아이콘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기업이 바로 어웨어다. 사물인터넷 기반 실내 공기 측정기 ‘어웨어’로 구글, 아마존, 에어비앤비 등 글로벌 기업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어웨어의 노범준 대표를 만나봤다. bjh1127@hmgp.co.kr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8년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사진=어웨어]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어웨어 본사 사무실

최근 글로벌 IT기업들이 주목하는 공통된 화두 중 하나가 바로 ‘스마트홈(Smart home)’이다. 사물인터넷(IoT) 기술 기반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가 속속 등장하면서 이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스마트홈 플랫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IT업계의 혁신을 이끌고 있는 선두기업 구글도 스마트홈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스피커 ‘구글 홈’을 허브로 각종 가전제품을 연결한 스마트홈 서비스를 공개하기도 했다.

구글 홈 플랫폼과 손잡은 파트너사의 면면은 화려함 그 자체다. 휼렛팩커드(HP), 제네럴일렉트로닉(GE), LG 등 내로라하는 하드웨어 제조사와 스마트싱스, 네스트 등 사물인터넷 기술 보유 기업이 구글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처럼 대단한 라인업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낯선’ 이름이 있다. ‘어웨어(Awair·법인명 비트파인더)’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구글의 선택을 받은 어웨어는 실시간 공기 상태 측정기 ‘어웨어’를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어웨어를 창업한 노범준 대표는 재미 한국인 2세다. 보잉, 삼성전자, 시스코 등 굴지의 기업에서 사업 개발과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한 경력을 갖고 있는 노 대표는 지난 2013년 어웨어를 창업했다.

사실 어웨어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이름을 알린 회사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어웨어가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거지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도 별도의 사무실이 마련돼 있지만 대다수 개발진과 임직원들은 실리콘밸리에서 근무하고 있다.

노범준 대표는 말한다. “어웨어의 첫 사무실이 어디였는지 아세요? 바로 저희 집 차고였습니다. 마치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를 연상시키죠(웃음).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차고에서 창업한 어웨어가 짧은 기간 동안 실리콘밸리에 사무실을 오픈할 정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저희 사업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없었다면 아마 차고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해요.”

그가 잘나가는 글로벌 기업을 그만두고 창업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바로 사랑하는 딸 때문이었다. 아토피로 고생하는 딸을 보면서 건강한 실내 환경을 만들기 위해 아빠로서, 개발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당시 상황을 노 대표는 이렇게 회상했다. “제가 시스코 소속으로 스마트빌딩(Smart Building) 프로젝트를 맡았을 무렵, 딸이 태어났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아이 피부에 습진이 생기더라고요. 아토피 피부염이었죠. 말도 못하는 아기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요. 아이의 아토피를 완화시키기 위해 공부하다 보니 자연스레 실내 환경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스마트빌딩 프로젝트와도 연관이 있었고요.”

우선 아토피의 원인을 알아야 했다. 며칠간의 고민 끝에 노 대표는 개발자의 역량을 십분 살려 습도와 유기화합물을 측정하는 작은 기계를 만들었다. 이를 딸의 아기용품이 담긴 가방에 부착해 딸이 숨 쉬고 있는 공간의 환경 정보를 측정하고 데이터로 만들었다. 그 결과 답이 나왔다. 딸이 주로 생활하는 공간은 다른 공간에 비해 습도가 낮아 매우 건조했다.


딸의 아토피 치료 때문에 시작된 실내 환경에 대한 고민은 새로운 도전을 부추기는 계기로 작용했다. 우리가 매일 들이마시는 실내 공기를 알아야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아주 당연한 사실을 기술로 입증하고 싶었다.

이후 창업을 위한 준비기간을 거친 노범준 대표는 2013년 실내 공기 측정 기기 개발 스타트업 ‘어웨어’를 창업했다. 어웨어는 공기 중 습도, 온도, 이산화탄소, 미세먼지, 유기화합물 등을 측정해주는 기계다. 딸을 위해 개발했던 기계를 좀 더 고도화시킨 것이 바로 어웨어다.

어웨어로 측정한 공기 정보는 즉각 어웨어와 연동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전송된다. 공기 상태는 점수로 환산돼 보다 쉽게 현재 상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공기 상태에 따라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환기법도 알려준다. 아토피로 고생한 딸의 건강에서 착안해 개개인이 갖고 있는 알러지, 피부 트러블, 숙면 정보를 입력하면 이에 따른 맞춤형 정보도 제공한다.

그중에서도 업계에서 주목하는 어웨어의 핵심 기술은 수집, 분석한 실내 공기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공하는 다양한 실내 환경 개선 솔루션이다. 현재 어웨어 한 대당 하루에 4만5,000여개의 실내 환경 데이터를 수집하는데 이는 다방면의 기술에 접목시킬 수 있다. 특히 이러한 데이터는 많은 기업들이 어웨어를 파트너사로 선택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앞서 언급했던 구글을 비롯해 아마존도 자사 스마트폼 생태계에 어웨어를 포함시키기도 했다.

노범준 대표(사진)는 건물 입주자들이 관리자에게 직접 어웨어 설치를 요청하는 ‘바텀업’ 방식의 사업 확대를 추구할 계획이다.

노 대표는 말한다. “어웨어가 수집한 데이터는 IoT 사업을 비롯한 다양한 방면에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수집한 데이터를 통해 실내 곰팡이 생성 조건을 분석하고, 이후 곰팡이가 퍼지는 시점을 예측해 그에 대한 대비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방식이죠. 이 정도 수준까지 접근한다면 공기청정기 같은 실내 환경 개선 디바이스와 연계해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마련할 수도 있을 듯 했습니다. 미세먼지도 비슷한 예가 될 수 있죠. 전세계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지는 시점을 각기 예측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고, 그와 관련된 사업에도 적용할 수 있으니까요. 한마디로 온도만을 기준으로 공기 질을 관리하던 과거의 기술에서 벗어나, 어웨어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복합적 공기 관리가 가능해지는 거죠. 저희는 어웨어의 데이터가 공기 관리 IoT 회사에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제시하고 나아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처음부터 사업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의도는 훌륭했지만 이런 아이디어가 사업모델로서 성공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노범준 대표는 말한다. “사업 초기, 실내 공기를 측정하는 기계를 만들겠다는 말에 몇몇 주변 분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공기 측정? 측정해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데?’ 라고 말이죠. 사실 맞는 말이기도 했습니다. 주변에서는 공기 측정기 대신 아예 검증된 사업 모델인 ‘공기청정기’를 만들라고도 했었죠. 하지만 이는 제가 생각했던 사업 방향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뚝심을 갖고 어웨어를 밀고 나갔습니다. 저와 구성원들이 갖고 있는 확고한 신념을 믿었기 때문이었죠.”

특히 그가 어웨어의 잠재력에 확신을 가졌던 이유는 그가 사업을 하고 있는 실리콘밸리의 분위기도 크게 한 몫를 했다. 노 대표는 “일만큼이나 삶의 질을 중시하는 실리콘밸리 및 캘리포니아 사람들은 실내 환경의 세세한 부분까지 관심이 많았는데 그 중 하나가 실내 공기 질 문제였다”며 “외부 공기에 대한 인식은 높아도 실내 공기를 측정하고 관리하는 데 도움을 받을 마땅한 툴이 없는 상황에서 어웨어가 그런 니즈를 충족시켜 줄 수 있다는 확신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투자를 제안했다가 퇴짜를 맞은 경우만 200여 번 이상이었다. 사무실 전용 제품인 ‘어웨어 포 비즈니스’를 제안하기 위한 전화에 기업 관계자 10명 중 9명은 ‘관심없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숱한 장애물을 넘어서면서 어웨어는 좀 더 단단해졌다. 무엇보다 실리콘밸리가 주목한 어웨어의 기술력은 명불허전이었다.

이전에 볼 수 없던 아이디어와 우수한 성능,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눈여겨 본 실리콘밸리의 ‘유명 인사’들이 앞다퉈 어웨어의 홍보대사를 자청했다. 월스트리트저널 출신의 유명 IT칼럼니스트 ‘월트 모스버그’는 자신이 주최하는 컨퍼런스에서 이례적으로 작은 스타트업 ‘어웨어’의 제품 설명회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했다. 구글의 창업자 래리페이지는 공개 석상에서 ‘성대의 보호를 위해 어웨어를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진=어웨어] 어웨어의 기업용 솔루션 ‘어웨어 옴니’.

미국에서의 성공은 곧 한국 시장에도 입소문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유수의 국내 기업들이 어웨어와 손잡기 위해 먼저 연락을 취해왔다.

우선 어웨어는 지난해 SK건설과의 협업을 통해 프리미엄 아파트인 ‘SK 공덕 리더스뷰’에 어웨어의 솔루션을 제공했다. 어웨어 기기가 전 세대에 설치됐다. 이 아파트 월패드에선 어웨어의 공기 점수를 볼 수 있다. 특히 최근 출시한 기업용 공기 질 솔루션 어웨어 옴니(Awair Omni)는 사무실, 병원, 학교, 대중교통 등의 공조시스템과 연결해 환기, 청정, 가습, 제습 등을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의 문의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 노 대표는 “현재 서울교통공사, 위워크, 카카오, 야놀자, 분당서울대병원 등 국내 기업들과의 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어웨어에게 2018년은 매우 중요한 한 해다. 노 대표는 올해를 B2C 시장 뿐만 아니라 더 규모가 큰 B2B 시장 공략으로 사업 확장을 도모할 수 있는 적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노 대표는 말한다. “앞서 언급했던 기업용 솔루션 어웨어 옴니(Awair Omni)를 통해 B2B 사업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쾌적한 실내 환경과 근무 생산성의 긍정적 상관관계에 대한 기업 고객들의 인식을 높여 다양한 오피스 환경에 어웨어 솔루션을 적용할 예정이에요. 이를 위해 건물 입주자들이 관리자에게 실내 환경 개선 솔루션을 요구하는 바텀업(Bottom-up) 방식의 사업 확대를 적극 추구할 생각입니다. 또 어린이집, 산후조리원 등 특히 공기의 질이 매우 중요한 장소로도 설치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어웨어가 디자인한 모든 공간에서 사람들이 안심하고 숨 쉴 수 있고, 모두가 더욱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이바지하는 것이에요. 앞으로도 어웨어에 대한 많은 관심 부탁 드리며, 독자 여러분 모두 건강한 공기를 마시며 건강한 삶을 사시길 바랍니다.” /bjh1127@hmgp.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