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신규 감세는 누구을 위한 것일까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8년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민주당은 세제개편이 피고용자들에게 아무런 혜택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공화당은 이미 효과를 보고 있다고 반박한다. 왜 양당의 주장 모두가 틀렸는지 알아보자. By Geoff Colvin



미국 제조업체 킴벌리 클라크 Kimberly-Clark는 지난 1월 5,000~5,500명의 직원을 해고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그러자 경멸조의 기사들이 연일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살롱 Salon은 ’킴벌리 클라크가 트럼프의 감세를 대량 해고와 주식 환매로 축하했다‘고 비꼬았다. 워싱턴 의회전문지 더 힐 The Hill도 ’회사가 절세한 금액으로 해고 비용을 충당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화이저와 월마트, 마이크로소프트, 코카콜라도 1월 해고 계획을 발표하자 비슷한 비난을 받았다. 덜 유명한 많은 다른 기업들도 이런 분노의 목소리에 불씨를 당겼다: 트럼프와 공화당이 일자리 창출을 위해 역대 최대 규모 감세를 감행한 지 며칠 만에, 탐욕스러운 기업들이 직원들 해고에 나섰다는 비판이었다.



이런 목소리는 너무나 편파적인 담론을 여실히 보여준다. 일자리와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신규 세제 안의 실체는 부차적인 문제다(정작 양당은 모두 중요한 논지에서 벗어나 있다). 탐욕스러운 고용주들이라면, 그저 새로운 법안을 통해 이득만 취하려는 기업들을 떠올리기 쉽다. 기업들은 매달 100만 명 이상의 미국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있다(보통 1월에 해고되는 노동자 수가 200만 명 이상으로 연중 가장 많다). 하지만 지난 1월에도 그랬듯이, 해고된 숫자보다 더 많은 직원들을 고용했다. 결국 일자리는 20만 개 더 증가했다. 직원들을 해고하는 회사들을 찾는 건 쉬운 일이다. 지난 1월 애플과 제이피모건 체이스가 그랬던 것처럼, 중요한 고용 계획을 발표하는 기업들을 찾는 것도 쉽기는 마찬가지다.

간과하고 있는 더 큰 쟁점은 미국 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과도하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사실이다. 새로 제정된 이른바 ‘감세와 일자리 창출 법안(Tax Cuts and Jobs Act)’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현재 미국 고용시장은 수십 년 만에 호황을 누리고 있다. 실업률이 4.1%로 역대 최저치이고, 남는 일자리도 역대 최다인 600만 개를 기록하고 있다. 큰 관심이 없는 외부인들은 미국에 일자리가 더 필요 없고, 더 많은 근로자가 필요하다고 말할 것이다.

많은 신규 일자리 창출이 현실적인 목표였다고 해도, 이번 감세는 목표 달성에 적합하게 설계되지 않았다. 고용주들에게 더 많은 돈을 안겨줄 뿐, 그들이 그 돈을 일자리 창출에 쓰도록 하는 유인책을 갖고 있지 못하다. 아니, 현실은 그 반대다. 되려 고용주들이 노동자를 기계로 대체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새로운 법은 향후 5년간 기업들이 일자리 창출에 돈을 쓰게 하기 보단, 기업들이 구매하는 장비 비용 전액을 공제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자리가 넘쳐나는 실정에서, 직원들을 산업화 로봇이나 고객 대응 자동화 기기로 대체하는 방법은 매우 매력적일 수 밖에 없는 선택지일 수밖에 없다. 신규 세제법이 이런 옵션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법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그러나 새삼 놀랄 일은 아니다. 오랫동안 미국 세제를 연구해온 코넬 대학의 카렐 메르턴스Karel Mertens와 영국 런던대학의 모텐 O. 라븐Morten O. Ravn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기업 감세가 일자리 창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다’. 그러나 고용주들이 아직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채우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런 뜻밖의 결과가 나오는 건 현재 근로자들에게 좋은 소식일 수도 있다. 회사가 임금을 인상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수십 곳의 회사가 직원들에게 일회성 보너스를 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사실만 보면 그다지 큰 영향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최저임금을 올리고, 직원들의 퇴직연금에도 더 많은 돈을 적립하고 있다. 예컨대 스타벅스와 월마트도 유급 육아휴직의 대상을 확대했다.

이런 현상은 흥미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현재 미국 경제가 경제학자들이 정의한 완전 고용 수준에 도달했음에도, 신규 법안이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법안 옹호자들이 기대하는 방식은 아니다. 경제활동 참가율은 지난 20년간 현저히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임금과 수당 상승이 일자리 전선에서 물러났던 사람들을 다시 일터로 불러 들일 수 있다. 이번 법에 들어있는 개인 추가 소득공제도 한 몫을 할 수 있다. 개인 소득에서 세금을 덜 떼가면, 근로자들은 더 일할 맛이 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분간 법을 통한 실질적 효과를 기대해선 안 된다. 전문적 식견이 없어도 이는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여기에 어떤 정치적 이해관계가 걸려 있든, 미국 경제는 정치적 미사여구보다 훨씬 복잡하고 흥미롭다. / 미국 포춘 번역 두지현 dj91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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