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블로 로쏘 FCA 코리아 사장
“FCA코리아는 한국 수입 SUV 시장 성장세에 맞춰 지프 브랜드에 집중 투자할 겁니다. 2018년은 지프 브랜드 성장 계획들이 실행되는 중요한 한 해가 될 겁니다.”
파블로 로쏘 FCA코리아 사장이 말했다. 첫 출시 4년만에 부분 변경된 지프의 중형 SUV ‘뉴 체로키’ 출시 행사가 끝난 뒤였다. 인터뷰가 이뤄진 이날 모든 얘기의 중심은 ‘지프’에 집중돼 있었다. 파블로 로쏘 사장은 국내 첫 번째 ‘지프 전용 전시장(지프 강서 전시장)’에서 ‘뉴 체로키’를 출시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해 ‘지프의 성장 전략’에 관해 설명했다.
FCA코리아는 자동차 브랜드 피아트, 알파로메오, 란치아, 마세라티, 크라이슬러, 다지, 램, 지프와 자동차 부품 생산 및 자동화 시스템 구축 회사인 마그네티 마렐리, 코마우, 테크시드 등을 갖고 있는 거대 기업 FCA의 한국 지사다. FCA코리아는 FCA가 거느리고 있는 자동차 브랜드 중 피아트, 크라이슬러, 지프 세 브랜드 차량만 국내에 수입해 딜러에게 공급하고 있다. 그렇다면 FCA코리아는 왜 지프에 집중하기로 마음 먹었을까. 피아트와 크라이슬러는 이제 한국 시장에선 찬밥 신세가 되었다는 뜻일까?
뉴 지프 체로키와 함께한 파블로 로쏘 사장.
지난해 지프는 한국 시장에서 7,012대를 판매했다. 전년 대비 38% 증가한 수치였다. 톱 5 수입 SUV 브랜드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이었다. 국내 수입 SUV 시장 성장률이 약 10%임을 감안하면 무척 좋은 성적표를 받아 든 셈이다. 반면 길거리에서 피아트와 크라이슬러 차량을 마주치는 경우는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지난해 팔린 두 브랜드 차량은 모두 1,252대였다). FCA코리아가 지프에 집중해야 할 이유가 명확해 보이는 대목이다.
이런 현실을 고려하면 ‘선택과 집중’을 하려는 FCA코리아의 전략은 당연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그 다음, ‘어떻게’ 지프 브랜드를 성장시킬 것인가. 파블로 로쏘 사장은 한국 소비자를 지프 브랜드로 더 깊게 끌어들이기 위해 어떤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설명했다. 그는 우선 “FCA코리아가 지프 전용 전시장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프 전용 전시장은 전 세계에서 한국과 일본에서만 운영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파블로 로쏘 사장은 말한다. “전시장 개편은 올해 초부터 시작했습니다. 지난 1월 문을 연 이곳 강서 전시장을 시작으로, 3월 인천에 두 번째 지프 전용 전시장을 열었습니다. 14개 딜러사가 운영 중인 19개 전시장을 내년까지 모두 지프 전용 전시장으로 전환할 계획입니다.”
지난해 지프는 딜러사를 대상으로 ‘서비스 드리븐 프로그램(Service Driven Program)’을 시작했다. 전문적인 교육을 통해 고객 만족도를 향상시키고,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파블로 로쏘 사장은 말한다. “얼마 전부터 모든 딜러사에서 이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고객 만족이 판매로 이어지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작업이죠. 또한 5월부터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지프 차량에 ‘지프 케어(Jeep Care)서비스’를 적용할 것입니다. 지프 케어는 5년 소모성 부품을 무상 교환해주고, 차량 사고나 수리 시 대차 서비스를 제공하게 됩니다.”
올해 신차 출시 계획도 줄줄이 잡혀 있다. 뉴 체로키를 시작으로, 6월 ‘올 뉴 컴패스’, 8월 ‘올 뉴 랭글러’, 12월이나 내년 1월쯤엔 ‘올 뉴 레니게이드’를 출시할 계획이다. 또 기존에 진행하던 지프 캠프, 마이 지프 스토리, 지프 드라이브 스루 등을 통해 열정과 모험, 정통성을 중시하는 한국 고객들에게 지프를 소개할 계획도 잡고 있다.
파블로 로쏘 사장은 이번 투자가 FCA 본사와 협의해 이뤄진 것들이라고 밝혔다. “미국 디트로이트에 있는 본사와 지프 브랜드 강화 전략을 공유하고 함께 실행하고 있어요. 본사에서 수백만 달러를 투자했죠. 저는 오랜 기간 FCA에서 일했는데, 한국 시장에 이렇게 큰 투자를 한 건 처음입니다. 놀라운 일이에요.”
그렇다면 투자를 한 만큼 효과도 거둘 수 있을까. 파블로 로쏘 사장은 한국의 수입 SUV 시장이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파블로 로쏘 사장은 말한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는 수입 SUV 시장 성장률을 연 10%로 보고 있어요. 하지만 저희는 최소 연 10% 이상, 최대 20%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죠. 지프에게 기회가 있다는 뜻입니다.”
이쯤 해서 기자는 주인공 지프에 가려져 있는 피아트와 크라이슬러의 운명에 대해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피아트와 크라이슬러가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시장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파블로 로쏘 사장은 이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크라이슬러와 피아트 또한 계속 판매를 하고 있어요. 다만 앞으로 세단 시장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가에 대해선 고민하고 있습니다. FCA가 가지고 있는 여러 자동차 브랜드를 분석해서 한국 시장에 적합한 세단 모델을 들여올 수도 있을 겁니다. 알파로메오가 고려대상 중 하나죠. 개인적으론 알파로메오를 한국 시장에 들여오고 싶지만, 본사에서 아직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습니다.”
파블로 로쏘 사장은 2012년 12월 FCA코리아 지휘봉을 잡았다. 장수 CEO인 셈이다. 그는 1998년 피아트 그룹의 대표 상용차 브랜드 ‘이베코’의 엔진 사업부 엔지니어로 피아트와 인연을 맺었다. 2003년에는 알파로메오 서유럽 네트워크 개발 매니저로 일했고, 그 후 약 10년 동안 피아트 그룹의 해외시장 세일즈와 마케팅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그에게 한국 시장에서 오랫동안 일할 수 있었던 비결을 물어봤다. “우리 팀이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이끌었기 때문일 겁니다. 처음 제가 한국에 부임했을 때 있었던 팀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거든요. 사업이 잘 될 땐 팀을 교체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 중형 SUV의 교과서 ‘뉴 체로키’
뉴 지프 체로키
뉴 체로키는 지프를 대표하는 중형 SUV다. 국내에 출시되는 뉴 체로키는 가솔린 엔진을 단 ‘론지튜드’와 ‘론지튜드 하이’ 모델, 디젤 엔진을 단 ‘리미티드’와 ‘오버랜드’ 모델로 나뉜다. ‘리미티드’와 ‘오버랜드’ 모델은 올 하반기 출시될 예정이다. 판매가격(5년 소모성 부품 무상 교환 프로그램 포함)은 론지튜드 모델 4,490만 원, 론지튜드 하이 모델 4,790만 원이다.
뉴 체로키 론지튜드와 론지튜드 하이 모델에는 2.4리터 4기통 가솔린 타이거샤크 멀티에어2 엔진과 업그레이드된 9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되어 있다. 최고 출력 177마력(6,400rpm), 최대 토크 23.4 kg·m(3,900rpm)의 힘을 낸다. 9단 자동변속기에는 주행 성능을 업그레이드해주는 소프트웨어가 새롭게 적용돼 급출발, 급가속, 고속 주행 시 한층 부드러운 주행 성능과 탁월한 연료 효율성을 제공한다. 여기에 더해 브랜드의 정체성인 강력한 4륜구동 시스템과 지형 설정 시스템 ‘셀렉 터레인’이 있어 어떤 길에서도 접지력을 잃지 않는다.
뉴 체로키에는 탑승객들의 감성을 자극할 고급 편의장치들도 대거 적용됐다. 경량 복합소재를 사용해 새롭게 디자인한 핸즈프리 파워 리프트 게이트는 승객 편의를 위해 조금 더 높은 위치에 핸들이 장착됐고, 범퍼 아래를 발로 차는 동작만으로 트렁크를 쉽게 열고 닫을 수 있게 했다. 그 외에도 기존 모델보다 더 길어지고 넓어진 트렁크 공간(최대 1,549리터)은 골프 클럽을 싣기에도 충분하다. 햇빛을 막아주는 파워 선쉐이드가 장착된 파노라마 선루프도 모든 트림에 적용되어 있다. 론지튜드와 론지튜드 하이 모델에는 새로운 디자인의 17인치 알루미늄 휠을 비롯해 애플 카플레이 기능이 포함된 8.4인치 터치스크린, 한국형 내비게이션 등이 적용돼 있다. 특히, 론지튜드 하이 모델에는 결빙 방지 오토 와이퍼와 4계절 방수 플로어 매트가 적용돼 4계절 어느 때라도 아웃도어를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