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 활용하는 피트니스 체인들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8년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유명 피트니스 체인들이 더욱 많은 헬스마니아 회원들을 유치하기 위해 첨단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By Valentina Zarya

^에퀴녹스Equinox의 CEO 니키 리온다키스 Niki Leondakis는 눈을 감고 호흡을 깊게 하고, 손을 모으고 앉아있다. 그리고 강사에게 “나마스테”라고 인사를 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룰루레몬 Lululemon 브랜드 요가복을 입은 그녀는 부러울 만한 몸매를 자랑한다. 그녀는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든 찬, 맨해튼 시내 여느 요가강좌 수강생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방금 전까지만 해도, 이 헬스장을 운영하는 바로 위층 회사의 중역실에서 미래를 논의하고 있었다. 아무도 이런 사실을 의심할 이유가 없고, 실제로도 그렇지 않다. 그녀가 몸 담고 있는 피트니스 업계는 현재 기술 혁신의 기로에 불안정하게 서 있다.

리온다키스가 에퀴녹스 CEO로 부임한 지는 아직 1년 밖에 안 됐다. 앞서 그녀는 30년간 호텔 업계에 종사했다. 가장 최근엔 콜로라도에 본사를 둔 럭셔리 부티크 호텔 체인 ’투 로즈 호스피털리티 Two Roads Hospitality‘의 CEO를 역임했다(하비 스페백Harvey Spevak이 에퀴녹스의 모회사 회장 자리에 오르기 전까지, 에퀴녹스의 CEO를 맡았다. 현재 그 모회사는 솔 사이클 Soul Cycle, 퓨어 요가 Pure Yoga, 블링크 피트니스 Blink Fitness를 소유하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리온다키스의 부임은 매우 시의 적절했다. 피트니스 업계가 초고속 성장을 할 때 경영권을 잡았기 때문이다. 국제건강스포츠협회(International Health, Racquet & Sportsclub Association · IHRSA)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피트니스 회원 수는 2009년에서 2016년까지 26% 증가했다. 2016년 한 해에만 200만 명의 미국인이 신규 등록했다. 그 결과 정기적으로 헬스장을 다니는 회원 수가 5,730만명으로 늘었다. 현재 에퀴녹스는 92개 지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올해 최소한 8곳을 더 추가할 예정이다. 내년 초에는 ’결국 헬스는 라이프 스타일(fitness is a lifestyle, after all)‘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회사 최초의 호텔도 설립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같은 장밋빛 통계 뒤에 가려진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헬스장 산업의 분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첨단 럭셔리 브랜드 헬스장이나 좀 더 감성적인 저가 브랜드는 번창하는 반면, 그 중간에 속한 헬스장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에퀴녹스와 대형 헬스 스튜디오 체인인 오렌지시어리Orangetheory, 플라이휠Flywheel, 럼블Rumble 은 적극적인 사업 확장을 하고 있다. 월 10달러부터 이용 가능한 체인인 플래닛 피트니스Planet Fitness 같은 저가 헬스장 체인들도 신규 회원들을 대거 모집하고 있다. 반면, 미국 북동부 지역에 중간급 헬스클럽(뉴욕 스포츠 클럽 New York Sports Clubs 등)을 소유하고 있는 국제 타운 스포츠(Town Sports International)는 이제서야 파산상태에서 겨우 벗어났다. 현재 시가총액은 10년 전에 비해 4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피트니스 클럽 CEO 니키 리온다키스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열심히, 최신 방식으로 운동을 하고 있다. 게다가 특별한 경험을 원한다. 그런 상황에 맞게 헬스업계 기업들은 신기술을 사업에 접목하고있다. 사이클 스튜디오 체인점 플라이휠의 CEO이자 2012년에서 2016년까지 에퀴녹스 사장을 역임한 사라 로브 오 헤이건 Sarah Robb O’Hagan은 “기술은 더욱 사람들을 운동에 열중하도록 만드는 매개체”라고 설명했다. 물론 기존 고객의 참여도 중요하다. 국제건강스포츠협회(IHRSA)에 따르면, 헬스장 운영 기업들이 신규 고객 한 명을 유치하기 위해 투자하는 영업 및 마케팅 비용의 중간값은 118.65달러다. 하지만 기존 회원을 유지하면, 연 793.40달러의 매출을 창출할 수 있다.

회원을 꾸준히 유치하는 한 가지 방법은 그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몇몇 헬스 기업은 회원 세부정보를 취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사이클링 스튜디오의 경우, 회원의 사이클 속도와 칼로리를 기록한다. 고강도 운동 위주의 부티크 헬스장 오렌지시어리는 회원들에게 심장박동 기록을 추적하는 모니터를 제공한다. 오렌지시어리 CEO 데이브 롱 Dave Long은 회원들이 그 측정 결과에 “푹 빠져있다”고 말했다.

헬스 기업들은 신기술을 통해 말 그대로 고객들의 머리 속에도 들어갈 수 있다. 플라이 휠 회원들은 서로의 운동 기록을 트위터처럼 ’팔로‘할 수 있다. 에퀴녹스 또한 회원에게 ’디지털 코치‘를 제공한다. 모바일 앱에 탑재된 이 인공지능은 고객들의 운동과 목표를 추적해 스스로 ’학습‘을 한다. 6개월간 진행된 시험 프로그램에서, 앱을 사용한 회원들은 비사용자들보다 40%나 더 많이 헬스장을 찾았다. 에퀴녹스는 헤일로 신경과학 헤드폰(Halo Neuroscience headsets)을 티어 X Tier X라는 개인 트레이닝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회원들에게 제공했다. 이 헤드폰은 (운동에 앞서) 신경학적으로 뇌에게 ’대비‘ 지시를 내리고, 근육이 좀 더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리온다키스는 조만간 에퀴녹스가 성공적인 ‘디지털 커뮤니티’로 성장할 것이라 믿고 있다(인기 러닝 및 사이클링 앱 스트라바 Strava가 유사한 사례다. 이 앱은 ‘운동하는 이들을 위한 소셜 네트워크’라는 장점을 앞세워 출시됐다). 에퀴녹스의 체인점에는 회원들의 위치 데이터를 수집하는 ‘무선송신시설(beacons)’이 설치돼 있다. 현재 이 시설을 갖춘 지점은 10곳에
에퀴녹스의 모바일 앱 ‘디지털 코치’는 인공지능으로 사용자의 습관을 학습해 운동 몰입도를 높여준다.

이른다. 이 기능을 통해 에퀴녹스는 회원들이 어떤 운동을 선호하는지(달리기인지 혹은 벤치 프레서인지)를 파악하고, 특정 운동을 하도록 사용자를 유도할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헬스장 체인들이 앞다퉈 도입하고 있는 디지털 서비스가 아날로그 커뮤니티의 형성을 돕고 있다. 하지만 왜 굳이 운동하는데 물리적 장소가 필요할까? 2012년 고가의 자전거 제조업체 펠로톤 Peloton은 선구적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였다. 바로 라이브 방송을 통한 홈 트레이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그 후 경쟁자들이 따라하기 시작했다. 최근 몇 달간 플라이휠과 클래스패스ClassPass도 비슷한 플랫폼을 출시했다. 헬스장에서 50명 혹은 그 이하의 회원들과 진행하는 실제 수업보다 라이브 방송 서비스를 통해 창출하는 이익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펠로톤은 한번에 수 천 가구에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론적으론 한정된 자본으로 무한한 회원을 수용할 수 있다. 충분히 뛰어들 만한 매력을 갖춘 사업분야다.

리온다키스는 피트니스 업계로 밀려드는 신기술에 대해 특별히 걱정을 하진 않고 있다. 사람들은 여전히 헬스장을 찾는다. 단순히 챗봇과 화려한 헤드폰 때문에 그곳에 가는 건 아니다. 에퀴녹스 CEO의 표현대로 “최고의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사람들은 헬스장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사람들이 라이브방송 운동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낼수록, 더 많은 회사들이 관련 사업에 뛰어들 수 밖에 없다. 번역 두지현 dj91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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