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1·4분기에 영업이익 15조6,400억원을 거두며 사상 최대 실적을 또다시 갈아치웠다. 1·4분기 매출액도 60조5,600억원을 기록하며 4개 분기 연속 매출 60조원선을 유지했다. 대기록을 가능하게 한 것은 단연 반도체의 힘이었다. 반도체 부문은 처음으로 영업이익 11조원 벽을 넘어서며 메모리 반도체 글로벌 1위 저력을 입증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반도체 쏠림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분기 전체 영업이익 중 무려 73.8%가 반도체에서 나온 반면 소비자가전(CE) 부문의 영업이익 기여도는 1.79%에 불과했다. 24.1% 비중을 차지한 모바일(IM) 부문은 성장 정체가 뚜렷하고 디스플레이 실적 역시 대외 변수에 휘둘리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어 순항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슈퍼 호황에 올라탄 반도체 말고는 사실상 위기”라면서 “본질적인 고민과 실행을 해야 실기(失期)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덕에 웃었다…올해 영업익 비중 70% 돌파 전망=1·4분기 삼성전자는 반도체 매출 20조7,800억원, 영업이익 11조5,500억원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률이 무려 55.6%에 달한다. 1만원짜리 제품을 팔아 5,500원을 넘게 남긴 것으로 제조업 역사에서 전례가 없는 수치다.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고용량 제품 수요가 이어진 데다가 고부가 제품 공급이 제때 이뤄진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수요 자체가 워낙 좋았고 과감한 연구개발(R&D)과 설비투자 덕에 원활히 수요에 대응할 수 있었던 게 결정적이었다는 설명이다. 실적 발표 직후 열린 콘퍼런스콜에서도 삼성전자는 “올해도 D램은 20%, 낸드는 40%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며 “올해 안에 5세대 V낸드 양산에 돌입하는 등 기술 우위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실적이 보여주듯 ‘삼성전자=반도체 기업’이라는 정의가 가능할 정도로 반도체 비중이 커졌다. 지난 2016년만 하더라도 전사 영업이익(29조2,400억원) 중 반도체 영업이익(13조6,000억원) 비중은 46.5% 정도였지만 지난해 65.6%(전사 53조6,500억원, 반도체 35조2,000억원)로 급증한 데 이어 올해는 70% 돌파가 확실시된다. 증권가에서는 이 비중이 내년에는 75%까지 상승할 것으로 본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 시황이 꺾일 경우 어닝쇼크를 넘어 한국경제가 패닉에 빠질 수 있을 정도로 반도체에 이익이 쏠려 있다”면서 “비메모리 반도체 역량 확대가 절실하다”고 평가했다.
◇‘위기론’ 세트 사업…가전은 적자 간신히 면해=스마트폰과 가전 등 세트(set) 사업에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날 콘퍼런스콜에서는 반도체 사업을 제외한 세트 사업에서 삼성의 차별화 전략이 무엇이냐는 애널리스트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 스마트폰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진영에서는 독보적 지위를 누렸지만 최근에는 화웨이 등 중국 업체들의 기술 수준이 높아졌고 핑거 프린트 등 일부 기능에서는 오히려 지위가 역전된 것 같다”면서 스마트폰 사업의 차별화 전략이 무엇이냐고 경영진을 압박했다. 김성규 다이와증권 애널리스트도 “고가 스마트폰 수요가 정체되고 있다”면서 폴더블(접히는) 스마트폰 준비 상황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
이날 삼성전자가 발표한 1·4분기 IM부문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8조4,500억원과 3조7,700억원. 전년 동기 대비 매출·영업이익 모두 큰 폭으로 늘었지만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S9·S9플러스 조기 출시 전략으로 다음 분기 실적 일부를 당겨온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 스스로도 2·4분기 기대치를 낮추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고가 스마트폰 시장 수요 정체로 플래그십 모델의 판매 둔화와 이에 따른 마케팅 비용 증가 영향으로 2·4분기에는 전 분기 대비 수익성이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전·TV 사업이 속한 CE 부문 영업이익은 2,800억원에 그쳤다. 2015년 2·4분기 2,1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TV 사업에서 대부분의 이익을 냈고 세탁기·냉장고 등 생활가전사업부는 영업적자를 간신히 면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한재영·신희철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