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끝나지 않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에 고환율·파업까지 겹치며 1·4분기 영업이익이 또 1조원을 밑도는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다만 현대차(005380)는 최근 중국 시장 판매가 증가세로 돌아섰기 때문에 2·4분기부터는 실적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자동차는 26일 올해 1·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22조4,366억원, 영업이익은 6,81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 영업이익은 45.5%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4·4분기(7,752억원)에 이어 2010년 국제기준연결재무제표(IFRS)가 도입된 후 두 번째로 영업이익이 1조원을 밑돌았다. 약 9,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대했던 시장예상치보다 한참 낮은 성적이다. 순이익은 48% 줄어든 7,316억원이다.
타격은 중국이었다. 지난해 2·4분기 사드 배치를 두고 악화된 중국 여론이 현대차의 판매를 올해까지 끌어내렸다. 1·4분기 현대차의 글로벌 판매량은 104만9,389대로 전년보다 1.7% 감소했다. 중국을 제외하면 판매 증가율은 88만3,827대로 2.8% 증가한다. 이는 중국 시장 판매가 16만3,000여대로 전년 대비 17% 넘게 줄었기 때문이다. 반면 투싼과 i20, i30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해치백 판매가 늘고 있는 유럽(8.3%)과 아프리카·중앙아시아·아시아 시장(7.3%) 등은 판매가 호조를 보였다. 국내 시장 역시 신형 싼타페가 돌풍을 일으키며 판매량이 4.5% 증가했다.
여기에 가파르게 상승한 원화가치도 현대차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말까지 1달러당 1,100원선을 웃돌았던 원·달러 환율은 올해 1·4분기 1,060대로 추락하기도 했다. 원화 강세는 수출제품 가격에 반영되며 미주 지역 판매(-4.9%) 등에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2만여대의 생산 차질을 빚은 파업도 이익을 낮췄다.
현대차와 업계는 1·4분기 실적이 바닥이라는 인식에는 공감했다. 우선 지난 3월 베이징현대차는 중국 판매가 10% 넘게 늘어나며 사드 후폭풍에서 벗어나고 있다. 지난해 2·4분기부터 사드 여파가 본격화한 점을 감안하면 기저효과로 실적은 자연스레 반등하는 분위기다. 신형 싼타페 등 SUV가 국내와 미국 시장 등에서 판매가 호조를 보이는 점도 긍정적이다. 최병철 현대차 부사장은 “1·4분기 실적이 시장기대치에 미치지 못했지만 SUV 중심으로 신차 판매가 늘고 있는 점을 볼 때 실적 회복과 연간 목표 판매 대수는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