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사기극은 노드시스템이 코스피나 코스닥 같은 증권시장이 아닌 주권(장외주식) 시장에서 거래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10여년이 지났지만 장외주식 시장이 전보다 나아졌다고 확언하기는 어렵다.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의 사례처럼 사설 장외 거래 사이트에서 불법 브로커에 의한 사기와 결제 불이행 등 투자자가 피눈물을 쏟게 하는 피해가 여전하다. 진경준 전 검사장에게 건넸다가 뇌물 혐의로 기소돼 법원의 최종 결론을 기다리고 있는 김정주 넥슨 창업자, 헌법재판관 후보로 지명됐다 내부자 거래 의혹으로 낙마한 이유정 변호사의 사례 역시 장외주식 거래와 관련이 있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2005년 금융당국의 관리를 받는 제도권 장외주식 거래 시장이 등장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현재 장외주식 시장은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K-OTC’, 한국거래소가 개설한 스타트업 전문투자 플랫폼인 ‘KSM’ 등 제도권 시장과 38커뮤니케이션·피스탁·아이피오스탁 등 약 10개의 비제도권(사설) 거래 사이트로 구분된다.
이중 K-OTC는 금융투자 업계가 혼탁한 장외 시장의 자정에 나선 대표적인 제도권 시장이다. 2005년 출범한 프리보드가 전신인 K-OTC는 올해 2월 기준 총 118개 기업(120개 종목)을 취급하고 있으며 시가총액은 15조4,74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프리보드보다 기업 수는 2.5배, 일평균 거래대금은 9,000만원에서 11억1,000만원으로 12.3배나 껑충 뛰었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이 투명하게 공개된 투자 정보를 기반으로 매매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는 것이 K-OTC의 핵심 취지다.
삼성SDS와 미래에셋생명·제주항공·카페24 등 대기업으로 성장했거나 시장의 키 플레이어로 큰 곳들도 K-OTC에서 이전 상장한 기업들이다. 지난해 말 국회 본회의에서 K-OTC 시장에서 비상장 주식 거래에 대한 양도세 폐지를 핵심으로 한 소득세법 개정안이 통과돼 투자 규모가 지금보다 팽창할 수 있는 물꼬가 트였다.
업계는 K-OTC가 지금보다 훨씬 더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 장외 시장에서 사기와 불공정 거래가 횡행하는 원인은 부정확한 가격 정보가 유포되고 불법 브로커 활동 기반과 불법행위를 방조해서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사설 사이트 운영자들이 불합리한 호가 제한 등 최소한의 여과장치도 없이 집계한 호가를 투자자는 공정 가격이라고 그대로 믿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며 “당국의 인가도 받지 않은 브로커들이 스스로가 직접 거래 상대방으로 등장해 자신에게 유리한 시세를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불법행위를 적발하고 처벌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높다. 일부 장외 사설 사이트는 수수료를 받고 불법 브로커의 연락처를 배너 광고 형태로 홍보하는데 이는 엄연한 광고규제 위반 행위다. 금융당국이 불법행위 지원 행위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적발된 업자는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 금투협 관계자는 “무인가 브로커는 법상 5년 이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지만 숫자는 갈수록 늘기만 한다”며 “감시와 처벌이 반드시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