므누신 방중 앞두고 반도체공장 간 시진핑

집권 후 처음...기술 자력갱생 강조
美 견제에 자국기업 지원 '정공법'
1,500억위안 추가 지원 방침도
알리바바도 반도체굴기 적극 호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12년 집권 이후 처음으로 자국 반도체 기업 공장을 직접 방문해 ‘반도체 굴기’ 선장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27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중국 중부 내륙 우한시에 위치한 국영반도체 회사 우한신신(XMC)와 광케이블 통신사 펑훠과기그룹을 시찰하면서 핵심기술의 자력갱생을 강조했다. XMC는 중국의 대표적 메모리반도체 기업이자 중국국가반도체기금 등 반도체 지원자금의 주요 투자 대상인 창장메모리(YMTC)의 자회사다. 시장에서는 YMTC가 이르면 올 10월 중국 회사로는 처음으로 32단 3D 낸드플래시 메모리반도체 시제품 양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삼성과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YMTC 등 중국 반도체 메이커들의 첫 대량생산 시기와 규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날 시 주석이 26일 중국의 대표 반도체회사인 XMC를 시찰한 것은 미중 무역전쟁의 전운이 짙어지는 분위기에서 미국의 대중 제재 압박을 자국 첨단 분야의 기술력 강화라는 정공법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번 시찰은 다음주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의 방중을 앞두고 이뤄진 것으로 중국 지도부가 미국의 대중국 첨단산업 견제에 맞서기 위해 반도체 굴기에 한층 힘을 쏟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중국은 반도체 등 신산업 분야를 지원하는 ‘중국제조 2025년’ 계획의 일환으로 2016년 기준 13.5%에 불과한 반도체 자급률을 오는 2025년 7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이 기간에 최대 1조위안(약 170조원)을 관련 산업에 투자할 예정이다. 당국은 반도체 굴기를 위해 조성한 1차 지원금 1,400억위안(약 23조6,000억원) 중 상당 부분을 YMTC와 XMC 등 중국의 주요 반도체 기업에 투자하고 있으며 1,500억위안이 넘는 2차 지원금을 추가 조성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이날 시찰현장에서도 “핵심기술은 반드시 자기 손에 쥐고 있어야 한다”며 자력갱생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반도체 생산라인을 둘러보면서도 국산화 가속화를 언급하며 “핵심기술의 난관은 반드시 스스로 돌파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시 주석은 앞서 23일 열린 공산당 정치국 회의에서도 “핵심기술 돌파를 가속화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중앙(CC)TV는 시 주석의 우한 첨단산업단지 방문 소식을 심층 보도하면서 미국의 ZTE 제재 이후 반도체부품 등 중국 첨단산업의 취약성이 여실히 드러난 상황에서 YMTC 같은 자국 반도체 기업들이 선진국과의 첨단기술 격차를 좁힐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전했다. 시 주석이 이날 XMC를 방문하면서 함께 시찰한 펑훠과기그룹은 중국의 메이저 광통신 업체라는 점에서 미국의 중국 통신기업 ZTE 제재를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중국 지도부의 적극적인 반도체 지원 의지에 알리바바 등 민영기업들도 적극 호응하고 있다. 최근 항저우 소재 반도체 제조회사인 C스카이마이크로시스템을 인수한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25일 일본 와세다대 강연에서 “미국 반도체 기업의 지배력이 커지는 상황에 맞서기 위해 각국이 독자적인 반도체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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