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9시29분께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에서 검은 인민복 차림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맞이했다. 한국전쟁 이후 처음으로 남한 땅을 밟은 북한 최고지도자에게 문 대통령은 “나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겠느냐”고 하자 김 위원장이 “지금 넘어가볼까요”라고 ‘깜짝 제안’해 두 정상이 손을 맞잡고 MDL을 넘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북측에서 남측 판문각을 배경으로 약 10초간 사진을 찍었다. 10초간이었지만 문 대통령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로 북한 땅을 밟은 현직 대통령이 됐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손을 잡고 다시 남쪽으로 넘어왔다. 김정은 위원장도 촬영과정에서 세 번 MDL을 넘었고 오찬을 위해 다시 북측으로 넘어가 오전에만도 MDL을 네 차례 오간 기록을 세웠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손을 맞잡고 군사분계선을 넘는 모습. /한국 공동 사진기자단
정상회담 수행단의 단체사진 촬영은 문 대통령의 ‘전격 제안’으로 이뤄졌다. 두 정상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등 수행단이 함께 2열로 사진을 찍었다. 청와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의장대 사열을 마친 후 “사열만 마치고 가야 하는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그러면 가기 전에 남북 공식수행원 모두 기념으로 사진을 찍자”고 제안해 기념사진 촬영이 이뤄졌다. 북측 수행단은 김여정 제1부부장 외에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최휘·리수용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리명수 총참모장, 박영식 인민무력상, 리용호 외무상,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등으로 구성됐다.
기념촬영 직전에 이뤄진 국군의장대와 전통의장대 사열은 예정된 행사였지만 남북관계의 특수성 때문에 관심이 집중됐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남측 육해공군으로 구성된 의장대를 사열한 것 자체가 한국전쟁 이후 최초였다. 국군의장대 사열은 군악대의 연주와 함께 육해공군 의장대가 지휘자의 ‘받들어 총’ 구령에 맞춰 총을 비스듬히 위로 세우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판문점 광장이 협소해 의장대와 군악대·기수단이 모두 포함된 370여명의 정식 의장대 사열은 생략됐지만 전통의장대까지 포함한 사열인원은 총 300명에 달했다. 김 위원장에 대해 극진한 환영행사를 한 셈이다. 다만 환영 의장행사에서는 국기게양과 국가연주, 예포 발사 등 정식 의장대 사열 때 실시되는 의전은 생략했다.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한 약식 진행이었다. 의장대 사열이 정상외교의 대표적인 의전행사라는 점에서 약식이지만 김 위원장을 정상국가의 최고지도자로 인정한다는 의미가 포함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지난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은 평양 순안공항에서 북한 인민군 의장대를,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도 평양 4·25문화회관 앞 광장에서 북한 의장대를 사열했다.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 북측 의장대 사열에서도 국가연주나 국기게양, 예포발사 의전은 생략됐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