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이 열린 27일 서울역 1층 대합실에 모인 시민들이 두 정상의 만남을 지켜보고 있다./신다은 기자
“온다, 온다, 온다! 와….”
27일 오전 9시 29분께 서울역 1층 대합실 앞.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걸어들어오자 TV에 시선을 고정하던 50여명의 시민들이 일제히 탄성을 질렀다. 남한 최고지도자가 아닌 북한 최고지도자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남한 땅을 밟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이 지긋한 70대 노인부터 귀향을 앞둔 군인들까지 서울역에 모인 여러 시민들은 낮은 탄성과 함께 TV에 나온 두 정상의 얼굴을 스마트폰으로 찍기도 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하는 등 설렘과 놀라움을 표현했다.
서울 중구 시청광장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도 오가는 시민들의 실시간 뉴스창구가 됐다. 일본 TBS와 영국 BBC 등 외신기자들이 광장에 모여 실시간 리포트를 전하는 동안 시민들은 TV에 들어갈세라 스크린에 가까이 붙어 상황을 지켜봤다. 남북정상회담의 감동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만끽하고 싶었다는 유진열(56)씨는 “아침도 안 먹고 시청광장에 나왔다”며 “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악수를 나눌 땐 얼굴도 모르는 옆 사람과 박수 치며 좋아했다”고 전했다.
점심시간 직장인들도 남북정상회담의 성사 여부에 관심을 쏟았다. 오전 11시 30분께부터 서울 광화문광장과 시청광장 등 식당골목으로 쏟아져 나온 직장인들은 저마다 회담장에 나타난 두 정상의 이모저모를 두고 이야기꽃을 피웠다. 서대문역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직장인 김모(39)씨는 “자료화면으로만 보던 김정은 위원장이 문 대통령과 만나 악수하고 웃으며 이야기하는 모습이 믿겨지지 않았다”며 “이번 만남이 통일로까지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학생 윤모(24)씨는 “지난날 허울만 좋았던 선언들처럼 되지 말고 구체적인 약속을 받아내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전했다.
식당, 커피숍 등 각종 영업장들도 TV를 남북정상회담을 중계하는 생방송 채널에 고정하고 손님맞이에 나섰다. 특히 냉면을 파는 식당들이 김 위원장의 ‘평양냉면’ 발언에 때 아닌 호재를 맞았다. 서울 종로구의 한 냉면식당 주인은 “54팀씩 기다릴 정도로 손님이 물 밀듯 밀려들었다”며 “평소보다 2~3배 넘는 인원이 몰려 오후 1시 전에 평양냉면이 다 팔려버렸다”고 전했다. 서대문역 인근 냉면식당 주인 박모(63)씨도 “평소보다 사람이 훨씬 몰려 계속 돌려보내는 형편”이라며 “아직까지 구체적 결과물이 나온 건 아니지만 손님들도 남북 정상의 만남만으로도 특별한 기대감을 갖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