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NYT "北, 즉각적 핵포기 안할듯" 中 봉황TV "한미, 제재 해제로 호응을"

■해외 주요국·언론 반응
백악관 "무르익은 대화분위기
북미정상회담까지 이어져야"
日 아베 판문점 선언 환영…北 구체행동 강하게 기대"
러 크렘린궁 "남북 정상회담 결과 아주 긍정적 평가"
외신 "역사적인 광경" 찬사속
각국 입장따라 미묘한 온도차

미국 CNN방송이 27일 ‘새 역사가 시작됐다’는 제목으로 남북 정상회담 소식을 전하고 있다. /CNN방송 캡처

일본 도쿄의 한 시민이 27일 남북 정상회담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된 27일 전 세계의 눈은 회담 장소인 판문점에 쏠렸다. 미국·중국·일본 등 각국 정부는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환영과 기대감을 나타냈으며 주요 외신들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전쟁을 상징하는 판문점에서 손을 맞잡은 데 대해 “역사적인 광경”이라며 찬사를 쏟아냈다. 다만 저마다의 이해관계에 따라 남북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각국의 입장에 미묘한 온도차도 감지됐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은 남북 정상이 만난 직후인 26일 오후9시께(현지시각) 이례적으로 성명을 발표하고 남북 정상회담으로 무르익은 대화 분위기가 오는 5~6월 개최되는 북미 정상회담까지 이어져야 한다며 기대감을 표명했다. 백악관은 “미국은 대화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향한 진전을 이룰 것으로 기대한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국무위원장 간 회담 준비에도 충실한 협의가 이뤄질 것으로 고대한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동맹국인 한국이 미국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며 감사를 표했다.


미 언론들은 국제사회의 단합된 제재가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냈다고 평가하면서도 김 위원장이 핵·미사일을 전면 포기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북한이 계속 엄격한 제재를 받으면서 김 위원장이 남한과 미국에 손을 뻗치게 됐다”며 “문 대통령이 경제협력, 한국전쟁 종전 등에서 성과를 낸다면 미국도 한결 편안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중무장된 국경을 건너겠다는 김 위원장의 결정은 몇 달 전까지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라면서 “남북 정상회담은 상징적 의미가 많지만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요구인 ‘전면적·즉각적인 핵무장 해제’에 항복할 것으로 예상하기는 힘들다”고 전망했다. NYT는 비핵화 방안에서 한국 정부는 단계적 보상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미국은 즉각적인 비핵화를 선호한다면서 양국의 의견차도 풀어야 할 난제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대화 테이블로 나온 북한과 발맞춰 미국·한국이 제재 해제 등으로 화답해주기를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어려움을 겪던 형제도 서로 만나 한번 웃으면 원한을 다 씻어버릴 수 있다’는 중국 대문호 루쉰의 시구를 인용하며 “중국은 역사적인 이번 회담이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화 대변인은 “중국은 남북 정상이 역사적인 첫발을 내디딘 데 대해 박수를 보내고 두 정상의 정치적 결단과 용기를 높이 평가한다”며 “판문점 회담을 계기로 장기적인 한반도 안정의 새로운 여정을 개척하기를 희망하고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유력매체인 봉황TV는 “이번 회담에서 남북 정상이 종전 선언과 비핵화에 대해 어떤 합의를 할지 주목해야 한다”며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노력에 호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아베 신조 총리가 직접 “긍정적인 움직임으로 보고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후 판문점 선언이 공개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번 회담을 하게 된 한국 정부의 노력을 칭찬하고 싶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로 이번 회담 내용을 직접 듣고 싶다”고 말해 금명간 문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할 것임을 시사했다. 아베 총리는 다만 “북한이 구체적인 행동을 취할 것을 강하게 기대한다”며 “앞으로 북한의 동향을 주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언론들도 북한에 대한 경각심을 늦추지 않았다. 아사히신문은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는 북한의 핵실험 전이었다는 점에서 지금과 상황이 다르다”며 “지금은 북한이 핵 보유국임을 선언해 더 강한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김정은은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중지, 핵실험장 폐기를 표명했지만 핵 포기는 건드리지 않았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러시아는 남북 정상회담 자체와 그 결과를 아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크렘린궁이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남북 정상회담 소식에 대해 “아주 긍정적 소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여러 차례 한반도 문제의 생명력 있고 확고한 해결은 (남북) 양측의 직접 대화에 근거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다만 러시아 관영 러시아타임스는 “두 한반도 정상 간의 대화도 상징적인 중요성이 있지만 김 위원장의 다음 회동(북미 정상회담)이 더욱 중요하며 예측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6자회담 등 러시아가 포함된 다자협의체로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러시아의 의중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변재현기자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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