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시민반응]"文-金 악수하는 순간 모두가 감격…통일까지 이어졌으면"

두 정상 군사경계선 넘는 순간
정상회담 하이라이트로 꼽혀
하루종일 北 관련 검색어 상위권
"죽기 전 北 여행하는 날 왔으면"

“온다, 온다, 내려온다! 와…”

27일 오전9시29분께 서울역 1층 대합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어오자 TV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던 시민들이 일제히 탄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다. 시민들은 역사적인 순간을 기록하기 위해 TV에 나온 두 정상의 얼굴을 스마트폰으로 찍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했다. 한동진(66)씨는 “대통령이 잠시 군사분계선을 넘어갈 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다시 두 손을 잡고 웃으면서 넘어오는데 두 눈으로 보고도 믿어지지가 않았다”며 “남북 정상회담의 분위기가 처음부터 이렇게 술술 풀리는 걸 보면 이참에 통일까지 이뤄지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27일 군사분계선을 넘어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악수하는 역사적인 장면을 서울역에서 TV로 지켜보던 시민들이 감격에 겨워 박수를 치고 있다. /송은석기자

이날 남북 정상회담을 지켜본 시민들은 회담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비핵화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게 되길 기대했다. 또 긴장관계로만 치달았던 남북이 이번 회담을 계기로 평화로운 국면을 맞기를 간절히 바랐다.

남북 정상회담을 조금이라도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기 위해 판문점에서 5㎞ 떨어진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을 찾은 시민들도 한마음으로 회담의 성공을 기원했다. 친구들과 함께 임진각을 찾았다는 전한권(60)씨는 “세계 평화를 후손에게 물려줄 유산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다”면서 “이번 회담을 기회로 진정한 한반도 평화가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떨려서 한숨도 못 자고 나왔다”고 말했다. 문산에 사는 조상우(58)씨는 “비핵화와 정전협정이 이뤄져 북한을 통해 백두산도 가보고 평양냉면도 먹을 수 있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밝혔다. 박미수씨는 “문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으로 넘어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모습을 보고 ‘이렇게 쉬운 일이 이렇게 어려웠구나’란 생각이 들면서 가슴이 뭉클했다”며 “이런 역사적인 일이 열리는 순간에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리 휴가를 내고 임진각을 찾았다는 김명호(58)씨 부부는 두 정상이 얘기하는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지켜보면서 “서로 무슨 얘기를 나누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특별한 추억을 갖게 된 학생들도 있었다. 파주고등학교 학생들은 졸업사진 촬영을 위해 3학년 전체가 임진각을 찾았다. 김주혁(18)군은 “학교가 북한과 가깝고 사촌 형도 최전방에서 근무해 북한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다”면서 “남북 정상이 대화하는 순간에 졸업사진을 찍어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들을 인솔한 서상길(55) 교사는 “어떤 선생님은 정상회담 중계를 보느라 약속시간에 늦었다”면서 “뜻깊은 날 아이들과 함께해 뿌듯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날 점심시간에도 남북 정상회담이 단연 화제였다. 일부 식당이나 커피숍 등은 남북 정상회담 중계방송에 채널을 고정하고 손님을 맞았다. 서울 서대문역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63)씨는 “앞으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지만 국민들은 남북 정상의 만남만으로도 특별한 기대감을 갖게 된다”며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 같은 희소식이 전해지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관심거리였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북한예술단의 공연을 계기로 생긴 북한에 대한 호기심이 정상회담으로까지 이어지는 분위기다. 실제로 이날 ‘김정은’ ‘김여정’ ‘리설주’ ‘평양냉면’ ‘아바이 순대’ 등 북한 관련 검색어가 하루 종일 인터넷을 달궜다.
/파주=오지현·서종갑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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