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경기도 파주 판문점 평화의집 앞에서 오찬을 위해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4·27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한 포괄적인 합의가 이뤄지면서 남은 절차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20여년 전에도 남북은 비핵화를 문서화하고 합의한 바 있지만 번번이 실패했으므로 구체적 ‘액션’을 실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제부터 ‘본게임’이 시작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우선 남북이 문서화한 비핵화는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이미 지난 1992년 1월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에서 남북은 핵무기 시험, 제조, 보유, 배치, 사용 금지와 핵 재처리시설, 우라늄 농축시설 보유 금지 등에 합의한 바 있다. 2005년 9·19공동성명에서는 북한 내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계획 포기,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에 합의했고 2007년 2·13합의에서도 북한 내 모든 핵시설 폐쇄 및 봉인에 뜻을 같이했다. 하지만 합의는 번번이 이행하지 못하고 실패했다. 잡음이 생기지 않게 빠르게 이행하고 이 과정에서 남북미 등 당사국들의 긴밀한 의사소통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단 오는 5월 말~6월 초에 있을 북미 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현재로서는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미국은 늦어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있는 2020년 여름까지 비핵화 조치가 완료되기를 바라고 있다. 또 북한의 단계별 비핵화 조치에 대한 경제적 보상을 주는 데도 회의적인 기류가 흐르고 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는 25일(현지시간) 논평에서 “과거 점진적·단계적 접근 방법은 실패했고 우리는 과거 행정부들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취하는 조치마다 보상을 제공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국무부 고위관계자도 23일 “과거 실패했던 점진적·단계적 접근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우리는 단계별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는 쪽에 가깝고 북한도 단계별로 보상이 주어지는 것을 선호해 의견 차가 상당하다.
중국의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동의가 있어야 사안이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다. 현재로서는 중국의 입장도 녹록지 않다.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는 최근 서울경제신문이 주최한 ‘한반도경제포럼’에서 “언 땅은 하루아침에 녹지 않는다. 한반도 문제도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없다”며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어려움이 있어도 포기하지 말고 점진적으로 실행 가능한 것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속전속결’을 원하는 미국과 차이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남북미와 더불어 중국 등이 비핵화 로드맵에 합의한다면 본격적으로 비핵화 절차가 시작될 수 있다. 세부적으로 북한이 1993년 탈퇴한 NPT에 재가입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폭넓고 깐깐한 사찰을 받는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또 핵무기 설계정보 등을 미국이나 중립국에 전달하고 핵무기 제조 부품과 농축우라늄(HEU) 등의 해외 이전 등의 과정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사일과 관련된 내용도 논의해야 한다. 미국 입장에서는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제거하는 것이 최대 목표이지만 한국과 일본 등은 중거리·단거리 사정권에 들어와 이 또한 신경을 써야 한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