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김형석 인터뷰./송은석기자
지난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김형석이 작곡한 곡은 무려 1,300곡에 달해 그 자신도 다 기억하지 못할 정도다. 인순이의 ‘이별연습’, 김광석의 ‘사랑이라는 이유로’, 김혜림의 ‘날 위한 이별’, 김건모의 ‘아름다운 이별’, 박진영의 ‘너의 뒤에서’, 변진섭의 ‘그대 내게 다시’, 신승훈의 ‘아이 빌리브(I Believe)’, 성시경의 ‘내게 오는 길’ 등 세월이 흘러도 귓가에 맴도는 주옥같은 멜로디들이 모두 김형석에 의해 세상에 나왔다.
김형석 특유의 감미로움으로 ‘발라드의 연금술사’라 불릴 만한 그에게 서울시뮤지컬단은 ‘김형석표’ 뮤지컬을 한번 만들어보자고 손을 내밀었지만 김형석은 부담이 컸던 탓인지 처음에는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결국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박칼린과 서울시뮤지컬단의 한진섭 단장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무대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내리는 박칼린이 한 단장을 추천했고 나 역시 그의 작품에 대한 신뢰가 있었죠. 시나리오도 좋았고요.”
그렇게 성사된 무대가 다음달 4~27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리는 주크박스 뮤지컬 ‘브라보 마이 러브’다. 김형석이 만든 노래 28곡만으로 뮤지컬 넘버가 구성된, 그에게는 아주 의미 있는 무대라 할 수 있다. 1995년 박칼린과 작업한 ‘스타가 될 거야’로 뮤지컬과 첫 인연을 맺고 2011년 ‘엄마를 부탁해’ 이후로 뮤지컬 무대에는 참여할 기회를 갖지 못했으니 김형석에게는 7년 만의 뮤지컬 컴백 무대이기도 하다.
김형석은 늘 자신의 노래에 사람의 이야기를 담으려 해왔고 이번에도 그랬다. “소박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요란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지루하지도 않아요.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히트곡이 뮤지컬 넘버에 나오는데 극 중 이야기를 보고 감동을 받을 수도 있고, 노래를 통해 회상하는 관객들의 이야기가 있을 것인데 음악들이 착해지고 유연해지고 각박해지지 않는 매개체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브라보 마이 러브’는 열 살에 미국에 입양된 플루티스트 제니 브라운이 공연차 한국을 찾으면서 엄마와 재회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 작품에서는 남녀 간의 사랑보다는 가족애에 방점이 찍혔다. 사랑이 주요 테마인 그의 노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에 자연스럽고 따뜻하게 녹아들었다. 이에 대해 그는 “이 작품은 소박한 사람들의 이야기이고 제가 노래를 통해 이야기했던 사랑 이야기 역시 사람의 이야기”라며 “추억하고 용서하고 화해하는 데 감성이 필요하고, 사랑은 사람이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고 조근조근 설명했다.
1989년 인순이의 ‘이별연습’을 통해 작곡가로 데뷔한 김형석은 어느덧 대중음악계에서는 거장이다. 그래도 그는 늘 권위적인 태도를 금기시하고 수평적 관계에서 일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번 작품에서도 김형석은 선곡 등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 “제가 직접 선곡을 하게 되면 스토리에 부담이나 막힘이 있을 것 같아 자유롭게 곡 선정을 하시라고 했어요. 다만 선곡하신 것을 보고 ‘이 곡보다는 이 곡이 어떨지’라는 정도의 의견은 드렸죠. 제 노래의 소재가 다양하지 않음에도 작품에 잘 녹아들게 디테일을 놓치지 않으셨더라고요.”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