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 바뀌는 화장품 시장, ‘이젠 색조가 대세다’




2030 여성들이 스킨케어가 주류였던 국내 화장품 시장의 패러다임을 색조로 바꾸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색조가 8, 스킨케어가 2로 이미 색조 시장이 강세이다. 그간 한국 시장은 물광피부 등을 지향하며 화장 안 한 듯한 자연스러운 스킨케어에 주력해 왔다. 하지만 자기표현이 강한 젊은 여성들을 위주로 색조 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SNS의 인증샷 열풍과 소확행과 같은 가성비 높은 작은 사치 트렌드와 맞물려 ‘한국도 색조 시대’가 새롭게 열리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이 입수한 글로벌 최대 뷰티 시장조사기관인 보떼 리서치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체 백화점 매장에서 ‘톱 10’ 브랜드 가운데 립스틱, 아이섀도우, 파운데이션 등 색조 브랜드가 성장했다. 반면 스킨케어에 강한 브랜드는 매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보면 설화수는 국내 백화점에서 최다 매출인 2,077억 원을 올렸지만 전년 보다 10.8% 떨어지며 톱 10 가운데 유일하게 두 자릿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아울러 헤라, SK-II, 랑콤 등 스킨케어에 강한 브랜드 역시 각각 7.4%, 3.8%, 6.8% 하락했다. 특히 입생로랑은 949억 원을 올리며 전체 매출 7위를 기록했지만 객단가 매출은 가장 높아 신흥 강자로 등극했다.

보떼 리서치 발표에 따르면 모든 백화점 화장품 제품 가운데 톱 20에 12개가 색조 제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한 색조 제품은 입생로랑의 ‘루쥬 뷔르 꾸뛰르 베르니 마 레브르’ 립 틴트와 쿠션이다. 나란히 224억6,100만 원, 207억 2,100만 원을 기록하며 입생로랑을 색조의 강자로 올려놨다. 아울러 크리스챤 디올의 ‘어딕트 립 글로우’, 조르지오 아르마니 ‘립 팔레트’, 샤넬의 ‘루즈 알뤼르’ 등이 톱 20에 랭크했다. 한국 브랜드로는 헤라가 ‘블랙 쿠션 SPF34’으로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이처럼 색조가 강세인 이유는 2030 여성들을 주축으로 개성 표현이 강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과거에는 여성들이 화장 안 한 듯해 보여야 했던 청순한 여성상에서 최근에는 메이크업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자신있는 여성상으로 바뀌고 있다는 설명이다.

천현숙 롯데백화점 선임 바이어는 “과거에 비해 화장을 시작하는 연령대가 낮아짐과 동시에 고령화로 화장을 지속하는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색조 시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며 “여기에 경기 불황과 더불어 작은 사치 트렌드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적은 돈으로도 변신이 가능한 색조 아이템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천 팀장은 “올해는 로라메르시에의 전략적인 확대와 더불어 지방시, 아워글라스, 쓰리 등의 글로벌 핫 이슈 색조 브랜드가 국내에 차례로 론칭될 예정”이라며 “입생로랑, 아르마니, 나스가 색조계의 히어로 역할을 지속하며 다양한 색조 브랜드와 함께 올해는 색조 전성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희정기자 yvett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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