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루브리컨츠가 지난 2013년과 2015년에 이어 세 번째로 도전했던 상장에 또다시 실패했다. 수요예측 과정에서 회사 가치를 예상보다 낮게 평가받은 것이 이유다. SK루브리컨츠의 상장 철회로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096770) 등이 추진하던 신성장동력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평가다.

SK루브리컨츠는 27일 공시를 통해 “추진해온 상장을 철회하기로 하고 금융감독원에 상장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SK루브리컨츠는 오는 5월 중순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목표로 25일과 26일 이틀간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희망 공모가 밴드는 10만1,000~12만2,000원이었다. 최대 5조2,000억원의 몸값 이야기가 나오고 국내 기관의 수요예측에서는 오버부킹되는 등 기대가 컸다.

하지만 해외 기관투자가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참여액은 당초 배정된 수량에 미치지 못했고 공모 희망가는 8만~9만원대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대표주관사인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 주관사단 전체가 모여 긴급회의를 열었고 공모 철회를 결정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모가를 정하는 비교대상군이 불명확했다”며 “윤활유 업황이 이미 고점을 찍었다는 평가가 많았다”고 분석했다.

SK루브리컨츠는 상장 철회 후 “견조한 실적과 튼튼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글로벌 프로젝트를 차질 없이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K루브리컨츠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 역시 “예정됐던 투자계획 등에는 영향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세 번째 도전에도 실패하면서 당분간 상장 작업은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실탄 마련에도 차질이 생겨 2025년 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 30%를 달성하겠다는 계획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SK종합화학 등 향후 비상장사들의 추가 상장 작업에도 일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