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거래절벽’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 2~3월 거래량이 집계된 4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지난달에 비해 절반 넘게 줄었다. 현장에서는 이달 들어 아파트 거래가 거의 끊기다시피 했다고 전한다. 이달 들어 다주택자들을 상대로 양도소득세 중과 조치가 시행되자 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었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올해 초부터 정부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부담금 예상치 공개와 세무조사 등 규제 역시 수요자들에게 큰 압박을 주고 있다는 반응이다.
29일 서울시 주택실거래가 공개 사이트인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4월 서울 아파트 신고 건수는 총 5,847건으로 일평균 약 208건(28일 기준)이 거래된 것으로 나타난다. 지난달 일평균 448건(총 1만3,897건)보다 절반 넘게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4월 일평균 거래량인 약 257건(총 7,735건)에 비해서는 약 20% 감소한 수준이다.
그간 가격 상승의 중심이었던 강남 4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강동구)의 거래는 특히 급격히 줄어들었다. 강남구는 지난달 하루 평균 25건(총 777건)이었던 매매거래가 이달 약 6.3건(178건)으로 감소했고 서초구는 일평균 18건(총 560건)에서 5.2건(총 148건)으로 줄었다. 송파구는 약 25.7건(총 798건)에서 약 8.5건(총 240건)으로, 강동구는 약 20.8건(총 646건)에서 약 8.6건(총 241건)으로 감소했다.
서초구 반포동의 이동하(서경 부동산펠로) 반포114공인중개 대표는 “계절적 요인도 있지만 양도세 중과 조치 등 정부 압박의 영향이 크다”며 “가격이 떨어지고 있지만 매수자들은 여전히 관망세여서 계약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상태”라고 전했다.서경 부동산펠로(부동산 시장 패널)로 활동 중인 강남구 개포동 우성공인중개의 박춘석 이사는 “거래를 하는가 못하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매수문의 자체가 없다”면서 “모든 게 중지된 상태”라고 전했다.
현재 집계된 4월 거래량 대부분은 2~3월 물량으로 해석된다. 주택거래신고는 계약 체결 이후 60일 이내에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4월 들어 실제 거래는 사실상 끊긴 ‘거래절벽’ 현상이 뚜렷하다고 전한다. 매수문의가 전반적으로 줄었고 가격이 앞으로 더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매수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매매거래를 진행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잠실동 B공인 관계자는 “문의를 해오는 대부분의 매수자들은 현재 나온 가격에 집을 사지 않겠다는 분위기”라면서 “매도자와 매수자가 생각하는 가격 차이가 커 계약을 진척시키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이어 “1~3월 양도세 중과조치가 적용되기 전에는 많은 거래가 있었기 때문에 이달 거래가 급감한 것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거래절벽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시장 분위기를 바꿀 만한 큰 요인이 없는데다 선거 전 정부 정책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예상 때문이다. 박춘석 이사는 “오는 6월 지방선거가 있고 세무조사도 6월까지 진행한다고 하니 그때까지 시장 분위기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개사는 “지방선거 이후 보유세 인상 방침이 언론에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하면 그때의 시장 분위기는 지금과 다를 것 같다”고 전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세도 조정을 받는 모습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4월 4주 강남 4구 아파트 값은 약 8개월 만에 처음으로 일제히 하락하면서 -0.04%의 변동률을 기록했다. 특히 그간 시장을 주도하던 재건축아파트의 경우 같은 기간 0.03%(부동산114 조사)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는 등 내림폭은 상대적으로 더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 주공5단지’ 전용 76㎡는 올해 1월 19억원에 거래됐지만 지난달 말 17억9,000만원까지 매도호가가 떨어진 데 이어 최근 17억7,000만원으로 가격을 내린 매물이 적지 않다. 대치동 ‘은마’ 전용 76㎡도 1월 최고 16억1,000만원(실거래가)까지 치솟았지만 지난달 말 집주인들이 14억9,000만~15억원까지 호가를 내렸고 최근 14억7,000만~14억8,000만원까지 가격을 낮춰 부르는 집주인들도 있다. 반포 주공1단지(1·2·4주구)도 올해 초 34억원에서 최근 31억~32억원까지 떨어졌다.
대치동 K공인 관계자는 “지난해 은마추진위원회가 50층 재건축을 포기하면서 재건축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예상만큼 사업에 진척이 없어 실망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반포동의 한 중개사도 “반포 1단지는 시공사 선정에 문제가 있었고 각종 소송 등에 휘말리면서 시세가 조정받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정부의 재건축 압박과 함께 개별단지의 사업속도가 주춤하자 가격이 하락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 같은 호가 조정이 큰 의미가 없다는 반응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서경 부동산펠로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강남권 대부분의 단지가 4억~5억원 올랐는데 지금 호가가 몇천만원 떨어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지금의 분위기에서 서두르지 않겠다는 집주인들이 적지 않아 가격을 내리지 않은 매물도 꽤 있다”다고 말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