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라차차 와이키키’는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청춘들이 망할 위기에 처한 게스트하우스 와이키키에서 펼치는 포복절도 에피소드를 담은 드라마. 정인선은 극 중 싱글맘 한윤아 역을 맡았다. 비록 허당이지만 딸 솔이를 홀로 키우면서도 긍정 에너지를 잃지 않는 역할을 코믹하면서도 사랑스럽게 소화해냈다.
/사진=지수진기자
정인선은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JTBC 월화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극본 김기호 송지은 송미소, 연출 이창민) 종영 인터뷰를 가졌다.
‘으라차차 와이키키’는 정인선 외에도 김정현, 이이경, 손승원, 고원희, 이주우 등 여섯 배우들이 저마다 그려내는 웃픈 이야기가 특징이었다. 비슷한 또래의 청춘 배우들이 만난 만큼 현장은 열정적이었다. 정통 드라마라기에는 시트콤적 요소가 많았고, 그랬기에 코믹 연기도 소화해야했는데 현장의 분위기가 열연을 도왔다고.
“여섯 명 모두에게 도전인 작품이었다. 감독님에게도 시트콤이라는 장르가 도전이었다. 작품을 시작하기 전부터 되게 많이 모였다. 리딩도 정말 많이 했고. 오빠들은 원체 리딩 때부터 너무 웃겼고 수아 언니도 거의 막판 돼서는 날아다니더라. 원희는 대본을 달달 외워서 누르면 나오게끔 노력을 많이 해왔다. 그런 것을 보면서 자극을 받으니 열심히 하게 됐다. 웃기는 게 겁날 필요가 없는 현장 분위기가 만들어진 거다.”
정인선에 따르면 ‘으라차차 와이키키’ 현장은 ‘열정을 경합하는 분위기’였다고. 이창민 PD가 재밌는 소스를 던져주면 배우들은 그걸 소화하고 뛰어넘기 위해 노력했다. 작가도 마찬가지였다. 황당하게 느껴질 수 있는 에피소드도 유쾌하게 풀어냈다. 이를 보는 시청자들의 반응 또한 마찬가지였다. ‘와이키키스럽다’며 좋아하는 반응이 이어지기 시작한 것.
“이렇게 생동감 넘치는 현장은 정말 처음이었다. 스태프분들도 예사롭지 않은 분들이 모이셨다. 프로페셔널함이 넘치시는 분들이었다. 감독님께서 만약 우리가 큰 사랑을 받은 게 맞다면, 이건 우리의 밝은 에너지와 쫀쫀했던 열정이 작품에 녹아있기 때문이 아니었냐고 하시더라.”
결과적으로는 호평을 얻으며 마무리됐지만 연기를 하기 전에도 이를 예상했던 것은 아니다. 정인선은 코믹 연기 도전에 대해 “정말 걱정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극 중 랩을 하는 장면에서도 웃기게 해야 하는지 아니면 못하는 척을 해야 하는지 농도에 대한 감을 잡지 못했다고. 결국 촬영을 하면서 답을 알았다. 웃기겠다는 생각을 가지지 말고 역할이 처한 상황에 몰입하는 게 맞았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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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하게 화가 나고 정말 슬피 울어야 되는 거더라. 시트콤이라는 인식에 마냥 웃기게 하려다가 겉핥기식으로 갈 뻔 했다. 감독님께서 그런 걸 초장에 잡아주셨다. 상황에 놓인 채로 울 때는 확실하게 울고 화날 때도 확실하게 화내고 웃을 때도 행복하게 웃으니 밖에서 볼 때 그게 진짜 웃길 수 있더라.”
코믹 연기 외에도 또 다른 산이 있었다. 정인선은 극 중 싱글맘 윤아를 연기했다. 또한 이야기가 굴러가기 위해서 윤아가 민폐를 끼쳐야 하는 부분이 있다 보니, 혹시나 자신의 연기가 싱글맘이라는 의미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했다고. 걱정스러운 마음을 잡게 해 준 것은 PD의 한 마디였다. 싱글맘이고 민폐로 시작하겠지만 절대로 거기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약속이었다.
“사실 6인방 중 민폐가 아닌 사람이 없지 않나. 초반 타이틀이 분노유발 민폐싱글맘이어서 저를 미워하시는 분이 생겨도 내 타이틀이 그건데 그렇게 봐주셨다면 일정부분 성공이 아닌가 정신승리를 했다. 그러다 5부에서 반전됐다. 동구가 민폐를 끼치고 제가 도와주기 시작하면서 많은 분들이 호감으로 봐주시기 시작했다. 민폐에만 머무르지 않게 된 거다.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청춘 6인방만큼이나 큰 주목을 받은 인물이 있다. 극 중 솔이 역으로 등장한 여름이다. 정인선은 “여름이가 솔이를 하지 않았다면 저도 윤아를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여름이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정인선에 따르면 여름이는 정말 순하고 잘 웃고 낯도 안 가리는 아기였다고. 그만큼 잘해줬지만 그래도 아기랑 연기하는 것이 쉬울 수는 없었다. 자신에게만 집중해도 어려운 연기가 더욱 까다로워진 것은 당연했다.
“아이를 안고 연기를 하는 것부터가 저 자신만 신경 쓸 수 없는 상황이더라.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초반 역할을 확고하게 잡아가야 하는 상황에서 아이가 우니까 제 욕심대로 장면을 갈 수 없더라. 방송 직전까지도 방송이 나가면 많이 혼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만큼 제 것을 많이 못 챙겼다. 방송을 보니까 그게 딱 윤아의 모습이더라. 집중력이 흐트러지면서 정인선이 튀어나왔고 그래서 더 진실 되게 연기할 수 있었다. 아이 때문에 저를 신경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제 모습을 꺼내게 됐다. 제 자신을 한층 더 가까이 보여드리게 됐다.”
단순히 싱글맘을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아기를 안고 연기하는 것은 몇 배로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정인선은 정신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인간 정인선이 나올 수 있었다며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그 덕분에 스스로 연기 점수를 매길 수는 없어도 자신의 실제 모습이 얼마나 나왔는지에 대해서는 숫자를 정해볼 수 있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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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중에 그래도 8 정도까지는 나왔다는 생각이 든다. 상황에 대한 대처 방식이 윤아와 제가 굉장히 다르다. 저는 투머치토커인데 윤아는 말줄임표로 표현한다. 그런데서 제가 나왔다는 건 아니다. 눈 깜빡이는 거, 서있는 거 등 처음으로 카메라 앞에서 계산하지 않고 편안하게 있던 작품이었다는 뜻이다. 가장 진솔한 제 모습이라 8 정도로 나왔다고 생각한다는 거다.”
이는 지금까지 정인선이 작품에 임하면서 가졌던 태도와는 확실히 다른 것이었다. 최대한 다양한 역할을 해보는데 치중했다는 그는 다양성에 치중하면서 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걸음걸이는 어떻게 할지부터 플랜을 짜서 연기한 나날들이었다. 물론 다양한 역할 자체가 되려고 한 시도도 굉장히 소중하고 값진 연기경험이었지만 ‘으라차차 와이키키’는 분명 달랐다.
“이번 작품을 통해 발견한 새로운 모습이었다. 내 모습을 조금 더 보여드려도 괜찮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나를 이렇게 길게 보셔도 괜찮나 싶었다. 4부 연장까지 되지 않았나. 이렇게 긴 작품은 처음이었다. 연기적으로도 많이 배웠고 느낀 바도 많다. 앞으로 관점이 정말 많이 달라질 거고 작품을 대하는 태도도 바뀔 것 같다.”
스스로 “조금 더 생동감 있는 배우가 되지 않았나 싶다”고 자평한 정인선은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작품을 하면 고난에 부딪혀 힘들어하고 다시 깨부수겠지만. 여기서 얻은 걸 어떻게 하면 더 잘 활용하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당찬 포부를 전했다. 바로 차기작에 들어가기보다는 잠시 쉬면서 다음 행보를 정리할 시간을 가지겠다고.
정인선은 지난 2002년 KBS2 ‘매직키드 마수리’에 출연한 경험이 있는 아역 출신 배우이기도 하다. 연기를 시작한지 벌써 20년이 된 그는 작품이 없는 휴식기에 조급해하기보다는 자신을 갈고 닦는 시간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고. “연기를 쉬었다가 다시 시작하면서 확고하게 중심을 잡은 게 있다. 절대 조급한 마음을 가지지 않기로 했다. 역할의 크기나 밟아야 할 단계 같은 것에 얽매이지 않기로 했다”고 배우로서 마음가짐을 전했다.
“다양한 경험을 하고 삶을 열심히 살면서 거기서 느끼고 얻은 것으로 좋은 연기를 하자고 생각했다. 최대한 오래 연기를 하고 싶다. 제가 아무리 어떤 역할을 맡고 싶다고 해도 찾아주셔야 되는 거다. 항상 저를 찾아주시는 분들의 니즈에 맞춰서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심신을 갖고 있어야겠다. 이렇게 텀이 있는 기간에도 절대 침울해지지 않고 그럴수록 제 삶을 조금 더 재밌게 잘 살고 있으려 한다. 짧고 굵게 보다는 얇고 길게 가겠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