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협정·대사관 이전...중동 트럼프發 '위기의 5월' 오나

마크롱·메르켈 연장 설득에도
"살인자 정권, 핵무기 접근 막아야"
트럼프 對이란 군사행동 배제 안해
폼페이오 국무 중동 순방 돌입
이스라엘 등과 새 이란 제재 논의
중동 정세 소용돌이 휩싸일 듯


이란 핵 협정 폐기 결정과 주이스라엘 미국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 등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중동외교 현안들의 데드라인이 다음달로 다가온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팔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시작으로 중동 순방일정에 돌입했다. 이란 핵 협정 재협상 시한을 앞두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최근 잇달아 미국을 찾아 미국의 핵 협정 잔류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 설득에 나섰지만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순방은 새로운 이란 제재에 대해 주변국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알려져 미국의 핵 협정 파기 가능성은 갈수록 고조되는 분위기다. 여기에 미국은 다음달 14일 이스라엘 미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을 강행할 예정이어서 중동 정세가 또 한번 소용돌이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28일(현지시간) 사우디에 도착한 폼페이오 장관은 29일 살만 사우디 국왕과 면담한 후 30일까지 이스라엘·요르단을 차례로 방문하며 새로운 대이란 제재의 필요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들이 전했다. 사우디와 이스라엘은 이란을 공적으로 두고 미국과 우호적 관계를 맺고 있어 폼페이오는 이들로부터 이란 제재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방문은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반군과 사우디 간 무력충돌이 격화하는 시점에 이뤄져 반(反)이란 압박이 한층 강해질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앞서 사우디가 주도하는 수니파 연합군이 예멘 수도를 공습해 후티반군이 대거 사망하자 후티반군은 미사일 8발을 사우디로 발사했다. 미 국무부는 이란이 예멘으로 미사일을 밀반출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악의 협상’으로 규정한 이란 핵 협정을 수정하는 재협상이 없을 경우 다음달 12일이 시한인 대이란 제재 유예를 더 연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데드라인이 보름 앞으로 다가오자 마크롱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가 잇달아 미국을 방문해 설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요지부동이다. 지난 27일 메르켈 총리는 이란 핵 협정에 대해 “완벽하지는 않지만 핵 폐기를 위한 벽돌”이라고 강조했지만 트럼프는 “살인자 정권이 핵무기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며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앞서 미국을 찾은 마크롱 대통령도 귀국길에 “트럼프가 이란 핵 협정을 파기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해 사실상 설득에 실패했음을 시사했다.

다만 트럼프가 이란 핵 협정을 일방적으로 철회할지는 미지수다. 전 세계 무역부터 중동 정치지형까지 핵 협정 폐기의 여파가 크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LA타임스는 “이란에 대한 제재 조치 재개가 얼마나 빨리 취해질지 확실하지 않다”며 “추가 협상을 위한 시간을 벌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의회전문 매체 더힐도 “핵 협정을 탐탁잖게 봤던 공화당원조차 트럼프 대통령이 정말로 폐기를 실행에 옮길 경우 ‘심각한 결과’가 닥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미국이 잔류를 설득했던 주요 동맹국들과 멀어질 수 있고 이란 핵 개발 가속화와 북한과의 핵 협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란 핵 협정 파기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게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신뢰할 수 없는 상대라고 인식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란도 핵 협정 파기 시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언급하는 등 사실상 핵무기를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쳐 협정 파기는 국제사회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통신은 “협상이 파기돼 이란이 핵 개발을 재개하면 중동분쟁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시리아 전쟁보다 광범위한 분쟁의 잠재성을 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다음달 중에는 주이스라엘 미국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도 예정돼 중동지역에는 트럼프발 ‘위기의 5월’을 앞두고 전운이 감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서로 수도라고 주장하는 분쟁지 예루살렘을 지난해 12월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선언하고 텔아비브의 미대사관을 이전한다고 발표해 아랍권의 반발을 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미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에 대해 “매우 자랑스럽다. 내가 갈 수도 있다”고 말해 개관식 참석 가능성을 내비쳤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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