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뮤지컬 ‘미스 사이공’으로 데뷔한 마이클리는 2002년 ‘미스사이공‘의 주인공 ‘크리스’ 역으로 처음 한국무대에 올랐다. 이후 2013년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를 통해 한국 관객에게 확실히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배우 마이클 리 /사진=조은정 기자
동양인이라는 장벽을 넘은 한국계 미국인 뮤지컬 배우 마이클 리. 지난해엔 JTBC ‘비정상회담’에 출연해 다시 한번 그의 화려한 이력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에서 태어난 마이클리는 스탠퍼드대 의대 4학년이던 1995년, 새로운 꿈을 찾기로 결정했다.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미스 사이공’ 투어 프로덕션의 투이 역을 꿰차며 배우로 변신한 것. 2002년 ‘미스 사이공’ 때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이후 그의 새로운 인생이 시작됐다. 한국에 정착한 것에 대한 후회 역시 전혀 없다고 했다.
지난달 종영한 tvN 드라마 ‘화유기’ 로 안방극장 시청자를 만나기도 했다. 교포 출신 감독 역할로 출연한 그는 가끔 영어 대사를 쓰긴 했지만, 거의 모든 대사를 한국어로 소화했다. ‘드라마 ’화유기‘를 잘 봤다’는 인사에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당신만 봤다”라는 농담을 건네기도.
마이클리는 한국에 오기 전 드라마 ‘커피프린스’, 영화 ‘엽기적인 그녀’를 보면서 한국어를 연습했다고 고백했다.
“한국에 오기 전에, 한국어를 빨리 배우고 싶으면 드라마를 보면 된다고 들었다. 드라마를 통해 한국말을 계속 들었던 게 도움이 됐다. 이번에 ‘화유기’를 통해서 새로운 한국 드라마 시스템을 경험했고, 다시 기회가 있다면 도전해볼 생각이다.”
5년 전과 비교하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이클리는 한국에 잘 적응하고 있었고, 한국말 역시 통역 없이도 충분히 소통 가능했다. 한국과 미국, 두 개의 뿌리가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이방인’이란 선입견도 무시할 수 없었다. 늘 몸과 마음을 관리하는 그만의 ‘진심과 노력’이 느껴졌기에, 그의 무대는 꼭 다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아직 한국말을 잘 못한다. 교포 발음이라고 지적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제가 미국에 있으면 ‘팬텀’ 역할은 생각도 못한다. 동양인 얼굴이란 선입견 때문에 오디션 잡기도 힘들었다. 정말 오디션을 볼 기회만 잡는 것도 성공이었다. 역할까지 받는 것은 너무나도 큰 꿈이었다.”
“한국 배우들은 진짜 열심히 한다. 거기서 제가 가만히 손 놓고 있으면 기회를 잡을 수 없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한국어를 공부했다. 항상 작품에 들어갈 때 마다, 내 마인드는 ‘엄청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였다. 그 마음으로 작품을 대한다. 배우로서 또 인간으로서 항상 작품을 할 때마다 매번 성장한다. 정말 축복 아닌가.”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뮤지컬 배우로 살아 온 마이클리는 2007년 록 뮤지컬 ’토미(The Who’s TOMMY)‘로 시애틀 풋라이트 어워드에서 최우수배우상을 거머쥠으로써 실력을 인정받았다. 또한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지저스 역으로 한국과 미국 관객들을 사로 잡았다. 특히 뮤지컬 사상 고난도의 넘버로 손꼽히는 ‘겟세마네’를 폭발적인 성량으로 완벽하게 소화해내 ‘마저스’(마이클 리 지저스)라는 닉네임이 생기기도 했다.
배우 마이클 리 /사진=조은정 기자
배우 마이클리, 브래드 리틀/사진=조은정 기자
마이클리는 ‘오페라의 유령’을 꼭 한번 도전해 보고 싶은 작품으로 꼽았다. 그렇기에 5월 2~6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앤드류 로이드 웨버 70주년 기념 콘서트’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라민 카림루, 애나 오번과 함께 두 갈라 콘서트에 모두 출연하는 마이클 리는 ‘오페라의 유령 콘서트’에서 라울 역으로 출연한다. 클래식한 이미지와 귀족적인 매력으로 캐릭터와의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줄 그의 ‘바람은 그것 뿐(All I Ask of You)’ 넘버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오페라의 유령’을 해본 적이 없어 이번 콘서트가 정말 기대된다. 어릴 때 ‘오페라의 유령’을 보고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었다. 드디어 기회가 생겼다. 라민 카림루 등 세계적으로 훌륭한 분들이랑 같이 갈 수 있고. 차지연, 김소현, 정선아 등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들과 같이 갈 수 있어서 행복하다. 또 ‘팬텀싱어’에서 나왔던 수많은 멋진 남자배우들이랑 같이 할 수 있어서 좋다. 그분들과 함께 공연을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아주 영광스럽다. ”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