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정상회담 만찬에 참석한 뒤 “제대로 경협을 전개할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며 남북경협 재개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조만간 판문점 선언의 후속조치로 남북 경협을 총괄할 협의체인 남북경협공동위원회가 11년 만에 부활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경협이 가시화되면 북한의 산업화를 유도해 개혁개방의 길로 이끌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우리 기업들이 시장을 선점할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경협을 서둘러서는 곤란하다. 우리가 앞서 간다고 될 일도 아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북한과의 신규 합작사업과 원유 대북수출에 대한 제한이 계속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과 방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경협 재개에 대한 조급증은 일을 그르칠 수 있다. ‘대북 퍼주기’라는 비판을 받으며 사실상 소득 없이 끝난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남북 경협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얘기다.
북미 정상회담 등에서 의미 있는 합의가 가시적으로 나오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시점에서 개성공단 재가동 등 경협을 얘기하는 것은 너무 앞서 가는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지금은 남북 경협에 대한 섣부른 환상을 버리는 게 바람직하다. 정부는 비핵화에서 확실한 성과를 내야 경제협력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분명히 전달할 필요가 있다. 남북 경협은 비핵화 이행과 국제 제재 완화 추이를 봐가면서 차근차근 추진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