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재개 걸림돌 '3,000억 고지서'

경협보험금, 재입주땐 반환 의무
입주사 96% 재가동 희망하지만
이미 경영 악화로 유동성 난항
상환기간·이자율 등 조정 불가피

신한용(가운데)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장과 비대위 관계자들이 30일 서울 여의도 개성공단기업협회에서 월례회의를 열고 있다. 이날 비대위는 개성공단 재개에 대비해 입주기업 업종별 대표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으로 개성공단 재개 가능성이 부쩍 높아진 가운데 입주기업들이 재가동에 나설 경우 토해내야 할 보험금만 3,02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에 따라 수십~수백억원을 당장 마련해야 하는데 다수의 기업이 공단 폐쇄 이후 경영난을 겪은 터라 상환 시기나 방법·이자율 등을 놓고 기업과 정부 간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30일 기획재정부와 통일부·수출입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 2016년 2월 개성공단 가동 중단 이후 입주 기업들의 토지·건물 같은 투자자산과 원부자재 등 유동자산 피해를 보상하는 데 들어간 정부 지원액은 5,833억원이다. 이 가운데 52%에 해당하는 3,020억원은 경제협력사업 보험금인데 이르면 연내 개성공단의 재개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이 돈이 입주기업들의 새로운 고민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통일부 고시 ‘경제협력사업 보험 취급기준’에 따르면 개성공단 내 사업이 재개될 경우 보험금을 관리하는 수출입은행은 보험계약자인 입주기업에 1개월 안에 보험금 반납을 요청할 수 있다. 기업이 보험금을 반납하지 않는 경우 연체금까지 부과된다. 연체금은 지원액에 1년 이내까지는 국고채 유통수익률+1%, 1년6개월 이후부터는 +6%인데 현재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2.20%)을 고려하면 재입주 후 18개월이 지나면 9% 안팎의 높은 이자를 물어야 한다.


개성공단 가동 중지 직전 125개 업체가 입주했던 점을 고려하면 업체당 평균 보험 지원액은 24억원가량으로 업체에 따라 수백억원을 받은 곳도 있다. 개성공단기업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공단 입주기업 124곳(응답 기업 101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입주기업 96%는 재입주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기업 대부분이 보험금을 토해내야 하는 상황이다.


입주기업들은 하루빨리 공단 재가동을 원하면서도 당장 보험금을 반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가동 중단 이후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기업들의 경영이 악화한데다 대체 생산시설에 투자한 기업들은 갑자기 유동성 확보에 나설 수 없어서다.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보험금을 바로 반납할 수 있는 기업은 거의 없다”며 “상환 기관을 늘려주는 등 방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로서는 입주기업의 이자율 조정이나 상환 시기 연장 등 후속 대책 요구를 외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보험금 반환 방식은 통일부와 기재부·수은 등 관련 기관이 결정할 수 있다”며 “다만 전례가 없는 일인데다 북미 정상회담 결과와 북한 제재 해제가 선결 조건이므로 후속 상황과 발맞춰 고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적정선을 어디에 둘 것이냐를 두고 기업과 정부 간 협상 과정이 만만찮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의 경우 보험금 상당액의 상환기간을 최대한 늘려 사실상 또 다른 대출지원 형태를 요구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입주기업조사에 따르면 전체의 60.4%는 해외에 공장을 이전했거나 대체시설을 확보했고 13.9%는 사실상 폐업 상태여서 보험금 반납은커녕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한 자금을 더 지원해달라고 요구할 상황이다. 반면 정부는 공단 입주기업에 과도한 특혜가 몰리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직접지원 외에도 특별대출과 보증 등 금융지원과 체납·징수 유예 같은 세제혜택, 고용 지원 등이 광범위하게 이뤄졌다”며 “다른 기업 지원과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남북 경협 가능성과 발맞춰 신북방정책을 추진하는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도 내부 준비에 돌입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서울 무역보험공사에서 간부회의를 열고 경협에 대비한 조직 정비와 역할 분담을 논의했다.
/세종=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