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투리 천덕꾸러기 펀드로 전락했던 통일펀드가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반짝 상승하며 자산운용사들이 남북경협주를 담은 새로운 통일펀드의 출시 검토에 들어갔다.
30일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재 유일하게 시장에 남아 있는 통일펀드인 신영마라톤통일코리아증권자투자신탁(주식)은 1년 수익률 16.95%를 기록했다. 3개월 수익률은 -1.97%였으나 6개월 3.56%로 상승 반전했다. 이 펀드는 지난 2014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통일대박론’과 함께 출시됐다. 삼성전자(14.84%), 현대차(2.71%), SK(2.72%), GS(2.12%) 등의 대형주와 전선 자회사를 거느린 LS(1.84%), 철강주인 포스코(1.88%) 등을 담고 있다. 신영자산운용은 지난해 펀드 운용보수의 20%가량을 통일기금으로 출연한 데 이어 펀드 자산의 일부를 실향민이 경영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통일펀드는 정부의 대북 기조와 궤를 같이했다. 통일대박 열풍에 2014년 신영·교보악사·하이자산운용 등이 통일펀드를 연달아 내놓았지만 현재 통일펀드와 관련해서는 신영자산운용만 운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정부 이후 한동안 남북관계가 살얼음판으로 치달으면서 지난해 11월 ‘교보악사 우리겨레통일’이 청산됐고 ‘하이 코리아통일르네상스’도 연내 청산을 앞두고 있다. 신영마라톤통일펀드도 수익률은 회복했지만 설정액은 1년간 37억원이 빠져나가 260억원에 그치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 기대감이 무르익은 최근 한 달 사이에도 8억원이 빠져나갔다.
하지만 남북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통일펀드에 대한 관심이 다시 고조되면서 다른 운용사들도 2차 통일펀드 출시 검토에 들어갔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남북경협주를 포트폴리오로 구성한 ‘그레이터코리아’ 펀드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다른 운용사 관계자도 “통일펀드 출시를 검토하고 있지만 기존과 같은 협의의 개념이 아닌 장기적으로 운용이 가능한 펀드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2차 통일펀드에 대해 회의적이다. 기존의 통일펀드 같은 상품으로는 고객 몰이를 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통일펀드의 경우 타이틀에서 ‘통일’을 앞세웠지만 사실상 대형주를 담은 펀드와 다르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외국계 운용사의 고위관계자는 “현재 통일펀드의 수익률이 남북경협주의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펀드 포트폴리오가 대형주 위주로 구성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새로운 통일펀드가 필요하다는 데는 운용 업계에서 공감대가 있지만 어떤 포트폴리오로 구성할지가 난제”라고 말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