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4월 수출 실적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우선 기저효과의 영향을 빼면 긍정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4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23.8% 증가한 508억4,000만달러였다. 이는 역대 4위의 수출 실적이다. 근로자의 날부터 시작해 대선 투표일까지 이어진 5월초 장기 연휴로 인해 기업들이 수출품의 통관 절차를 앞당겼던 게 지난해 4월 깜짝 실적의 배경이었다.
대규모 선박 수출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4월엔 54억5,000만달러 규모의 해양플랜트 2척이 수출됐다. 실제로 선박을 제외한 4월 수출액은 482억8,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0.4% 증가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선박이 전체 수출의 10.5%를 까먹었다. 일평균 수출이 20억불인 것을 감안하면 3일간 수출이 날아가는 효과”라며 “기저효과 등을 감안하면 1.5% 감소세로 막은 것도 선방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청신호는 또 있다. 3월(515억8,000만달러)에 이어 4월에도 수출이 500억달러를 넘어섰다. 수출금액이 2개월 연속 500억달러를 넘어선 것은 사상 최초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해 500억달러를 넘어선 게 3번 있었고, 없었던 달도 많다. 그 이전에는 없었던 해도 있다”며 “올해만 벌써 2번인데 올해 정부의 수출목표인 5,960억달러를 넘어 6,000억달러로 달성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예단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종별로 보면 빛보다는 그림자가 더 뚜렷했다. 우선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지고 있는 반도체 착시효과가 여전했다. 4월 반도체 수출은 97억8,1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37% 증가했다. 이는 역대 2위 수출 실적이다. 유가 반등을 등에 업은 석유제품(38억3,900만달러)도 53.6%라는 기록적 증가율을 보였다. 석유화학제품도 11.7% 늘어난 41억1,900만달러를 기록했다. 착시효과와 유가 상승을 제외하면 일반기계(13.1%)와 자동차 부품 (6.6%) 등 일부 품목에서만 의미 있는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우리 주력품목 수출의 하향세는 굳어지고 있다. 자동차 수출의 경우 35억5,100만달러를 기록하면 전년 동월 대비 8.6%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5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이다. 휴대폰 등 무선통신기기는 전월대비 40.7% 감소하면서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고, 디스플레이도 16.2% 줄었다. 철강은 미국의 관세 부과에 앞두고 기업들이 ‘밀어내기’ 수출에 나섰음에도 수출이 8.6% 감소했다. 전체 13대 품목으로 보면 실적이 385억9,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4.9% 뒷걸음질 한 수준이다.
전망도 좋지 않다. 당분간은 2016년 선박 수주 기근 영향이 이어지면서 실적을 가늠하기 어렵다. 산업부 관계자는 “2015년 1,000만톤 하던 선박 수주가 2016년 220만톤으로 줄었다. 제작까지 2년 정도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8월까지는 선박 수출이 계속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지노선인 1,050원을 위협하고 있는 환율과 미·중간 무역분쟁도 수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중국의 대미 수출이 0.9% 감소하면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은 0.03%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환율은 1,050원을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는데, 그 이하로 떨어지면 수출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대책을 철저히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