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30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독일 환경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독일이 탈원자력에너지 시대로 진입할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스베냐 슐체 환경장관은 “2022년 내 독일 원자력발전이 완전히 종료될 것”이라며 원전 운영회사인 RWE와 파텐팔 등이 “수십억유로 규모의 보상액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앞서 독일 헌법재판소에서 원전 운영사들이 정부의 탈원전정책으로 인한 손실을 재정적으로 보상받아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데 따른 후속조치로 진행됐다. 지난 2011년 기민·자민당 연정이 ‘탈원전’으로 원전정책을 180도 선회하면서 RWE와 파텐팔 등은 막대한 손실을 본 바 있다. 헌법재판소는 판결문에서 원전 운영사들이 다른 목적으로 자산을 사용할 수 없게 된 데 따른 막대한 매몰비용을 보상받을 권리가 있다고 명시했다.
이들에 대한 정확한 보상액수는 알려지지 않았다. 환경부는 “보상은 납세자 부담으로 이뤄지며 원전 운영사들의 손실액이 결정되는 2023년 이후에나 정확한 액수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법안 초안에 따르면 최대 10억유로(약 12억1,000만달러)의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독일은 2002년 4월 원자력법을 개정해 20기의 원전을 2021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쇄하기로 했다가 2009년 재집권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17기 원자로의 수명 연장을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폭발사고 이후 계획을 백지화하며 2022년까지 총 17기의 원전을 모두 폐쇄하기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해 12월 말에는 그룬트레밍엔 지역 원전 1기가 가동을 멈추고 폐쇄 절차에 들어가 현재 원전 7기만 남은 상태다.
다만 독일의 탈원전 움직임에 대해 일각에서는 탄소배출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비판적 견해도 내놓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독일은 원전 가동을 중단하면서 많은 신재생에너지를 개발했지만 화력발전소도 엄청나게 재가동했다”며 “이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늘려 지구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