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강의가 중·고등학생 등 수험생의 필수품이던 2000년대 중후반. 2008년 애니모비가 출시한 ‘애니스터디’는 수험생과 학부모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인터넷강의를 휴대폰으로도 볼 수 있게 하는 이 서비스는 인터넷강의는 PC 모니터 앞에서만 봐야 한다는 기존의 인식을 깨고 휴대폰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나 강의를 볼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홍창민(사진) 애니모비 대표는 “지금은 각종 모바일서비스가 보편화됐지만 2008년 서비스 오픈 당시에는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동시에 강의를 보게 하는 것은 최초였다”며 “좋은 반응이 이어지면서 2011년에는 트래픽 기준으로 6위에 오르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고 말했다.
외환은행 자금부에서 일하던 홍 대표는 수년간 창업멤버들과 준비한 끝에 2006년 정보통신(IT) 솔루션 개발업체인 애니모비를 창업했다. 현재는 중앙선거방송 토론위원회와 선거방송 TV토론,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도서관, 서울대학교병원 등 각종 어플리케이션(앱·App)과 모바일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등을 제공 중이다.
특히 4차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VR, 빅데이터, AI 지능형 서비스, 블록체인 기술 관련 솔루션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SMART W APP 어워드’와 ‘14회 Web Award어워드’에서 각각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홍 대표는 “콘텐츠박스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 플랫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창업 당시 홍 대표는 3G 시대를 예견하고 동영상 교육에 주목했다. 그는 “회사 설립 당시 휴대폰의 액정크기는 커졌지만 2세대(2G)여서 영상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모바일 전송속도가 뒷받침되지 못했다”면서 “2G에서 3세대(3G)로 넘어가면 속도가 달라지는 만큼 휴대폰을 통해 영상을 감상하는 일이 많아질 것으로 생각했고 모바일시장에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 서비스를 준비했다”고 회상했다.
애니모비는 한동안 승승장구의 길을 걸었다. 몇몇 입시학원으로부터 강의 영상을 제공받는 것을 넘어 직접 유명 인터넷강사들과 계약을 체결해 인터넷강의 영상을 제작했다. 2009년에는 입시학원인 애니스터디를 열었고, 해당 학원에서의 강의를 촬영해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했다.
풍부한 콘텐츠에 힘입어 한때는 유명 사이트를 제치고 트래픽 기준으로 6위에 오를 정도로 수험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호시절은 길지 않았다. 정부가 EBS의 수능연계율을 70%로 높인다는 정책을 내놓으면서 사교육시장이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홍 대표는 “EBS-수능 연계 정책으로 인터넷강의와 학원이 동시에 타격을 입었다”며 “당시 한 인터넷강의의 교재출판 독점권까지 가져와 교재 제작에 들어간 상태여서 더욱 큰 적자를 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결과적으로 애니모비의 성장을 이끌었다. 실적 감소는 예상치 못한 교육정책 변화 탓이었을 뿐 모바일시장은 여전히 성장세였다. 홍 대표는 “어플리케이션(앱·APP) 개발과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등을 제공할 능력을 이미 갖춘 상태였던 만큼 사업을 전환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2010년부터 시작했던 시스템통합(SI·System Integration) 솔루션 사업에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걸었다”고 돌아봤다.
이후 스마트폰 시대가 예상보다 더욱 빠르게 오면서 애니모비의 실적은 개선됐다. KT의 올레 앱 등을 포함해 선거방송 TV토론, 국립중앙박물관, 서울대학교병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앱과 모바일 웹페이지를 제작하는 동시에 콘텐츠까지 제공하며 사업을 다각화한 덕분이다. 한동안 애를 먹였던 교육사업의 경우 퀄리티를 높이는 방식으로 전략을 변경하면서 현재 파주와 김포 등에서만 오프라인 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홍 대표는 “트렌드에 맞춰 사업을 빠르게 전환한 덕분에 실적도 좋아지고 있다”며 “하반기에 학원을 추가로 개원하고 신규 컨텐츠 서비스도 오픈할 계획인 만큼 올해는 70억~80억원, 내년에는 1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