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판문점선언]① 판문점은 분단·화해·평화의 상징..."더 나은 장소 없다"

북미회담 개최지로 급부상 배경
② 중재자인 한국과 공조·실시간 협력도 용이
③ 근거리에 주한미군...제 3국보다 경호에 강점
④ 프레스센터·통신시설 완비...홍보 효과도 커

판문점은 한반도 분단의 상징인 동시에 평화 공존의 열망이 깃든 곳이다. 사진은 1976년 8월18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안에서 미루나무 가지치기 작업 중에 발생한 일명 ‘도끼만행 사건’의 모습. 북한군의 공격으로 미군 장교 2명이 사망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30일(현지시간) 북미 정상회담 개최 후보지로 판문점을 연거푸 언급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이에 동의했다는 외신 보도까지 뒤따르는 등 북미 정상이 판문점에 나란히 서는 그림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청와대는 외신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하면서도 “분단을 녹여내고 새로운 평화의 이정표를 세우는 장소로는 판문점이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내외 언론과 전문가들 역시 북미 정상회담의 역사적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장소로 판문점보다 나은 곳이 없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집 앞에서 ‘판문점 선언’을 하고 있다. 남북 정상이 나란히 서서 공동 발표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합뉴스

지난 3월9일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만남을 제의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 이를 받아들인 후 우리 정부는 판문점에서 개최 되기를 내심 희망해왔다. 65년 전 판문점에서 휴전협정에 서명한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이 다시 판문점에서 핵 문제를 담판 짓고 전쟁에 마침표까지 찍는다면 그 자체로서 한반도 평화를 보증하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이 북한과의 만남을 수락한 후에도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반복적으로 불확실성을 강조하고 개최 장소도 침묵하는 상황에서 우리 측 바람을 개진하기는 쉽지 않았다.


분위기가 급격히 바뀐 계기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부활절 극비 방북이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에 드리워져 있던 안개를 걷어냈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을 북미 정상회담에 더욱 집중시켰다. 특히 남북 정상회담 이후 75분 동안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를 한 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이 3~4주 안에 개최될 수 있다고 밝혔고 트위터와 백악관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잇따라 유력 개최지로 판문점을 지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미 정상회담의 ‘비무장지대(DMZ) 개최’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우리는 싱가포르를 포함해 다양한 나라들을 살펴보고 있다”며 “우리는 또한 DMZ의 (판문점에 있는) 평화의집·자유의집에서 개최하는 가능성에 관해서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동 기자회견보다 더 눈에 띄는 부분은 앞서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을 평가하는 데 동원한 단어들이다. 그는 “남북 접경 지역인 (판문점 내) 평화의집·자유의집이 제3국보다 더 대표성을 띠고 중요하며 지속 가능한 장소가 아닐까”라고 표현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한반도 분단과 북미 대결의 상징이었던 판문점에서 미국과 북한이 최초의 정상회담을 개최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북미관계 개선을 합의해 발표한다면 제3국에서 이 같은 합의를 발표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역사적 사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회담의 당사자는 아니지만 절대적으로 필요한 중재자인 한국과 공조를 과시하고 수시로 실시간 협의를 해야 하는 측면에서도 제3국보다 한국 땅 안에서 회담을 진행하는 게 긍정적이다.

그간 북미 정상회담 개최지로 지목돼온 싱가포르, 몽골 울란바토르, 스위스 제네바, 스웨덴 스톡홀름, 괌 등에 비해 의전과 경호·치안 측면에서도 판문점은 미국에 매력적이다. 근거리에 미군이 주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내에서는 몽골이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적극 나섰지만 경호 인프라 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온 바 있다.

이에 더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판문점은 북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치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는 평도 나온다. 판문점은 이미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통해 통신·보안 인프라가 검증됐다. 또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 설치돼 전 세계 취재진 3,000명을 끌어모으고 초대형 스크린을 통해 회담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했던 프레스센터의 효과도 컸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 정상의 극적인 만남 장면 연출로 시각적으로도 큰 임팩트를 불러일으켰던 남북 정상회담에 열광했다는 점, 김 위원장이 장거리 이동에 현실적 제약이 있는 점 등이 ‘판문점 카드’ 재고려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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