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환 한국투자신탁운용 상품전략본부장
지난해부터 미국 연방기준금리 인상이 주식시장의 화두가 되며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졌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도 비슷했다. 당시 외환위기의 시작은 1994년에 진행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었다. 14개월 만에 3%의 금리를 6%까지 무려 3%포인트나 인상하면서 신흥국 중심으로 외국자본 유출이 시작된 것이 당시 남미와 동아시아의 외환위기를 불러왔다.
그 시기 우리나라 정부는 적극적인 저환율 정책과 보유달러 매도세로 시장에 대응했고 그 결과 외환보유고는 바닥을 드러냈다. 이후 환율이 상승했고 금융기관이 기업대출을 줄이면서 시중금리가 20% 후반까지 치솟았다. 1994년에 시작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3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에 걸쳐 우리나라에 수많은 명예퇴직자를 양산하고 경제 시스템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나비효과를 초래했다.
그러나 금리 인상의 모든 역사적 경험이 우리에게 부정적인 결과만을 남긴 것은 아니다. 실제 1980년대 이후 미국은 2~3%포인트 수준 또는 그 이상의 금리 인상을 다섯 차례 시행했다. 그중 우리나라 실물경제가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은 경우는 1994년 인상의 여파가 유일하다. 나머지 네 차례는 미국경제의 회복이 전제됐고 환율이 완충 역할을 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작았다. 오히려 일부는 경기가 더 좋아지기도 했다.
국가 간 금리수준의 변화는 글로벌 투자자금의 재분배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금과 같이 한미 간 금리수준이 역전되는 상황은 2004~2006년 사이 미국 금리 인상시기에 국내 주식 및 채권시장에서 발생한 자금이탈 수준에서 반복될 것이다. 최근 미국 재무부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을 관찰대상국에 두고 외환시장 개입 내역의 투명한 공개를 요구한 것은 무역수지 흑자규모를 늘리거나 유지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높은 환율(원화의 상대적 저평가)을 조장한다는 것에 대한 경계감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지금의 상황은 과거 IMF 외환위기와는 다르다. 중앙은행의 정책 방향성과 완화된 디플레이션 우려는 올해 미국 금리의 완만한 상승세를 전망하게 한다. 지금은 앞서 말한 과거 금리상승의 부정적 경험으로 강박적 공포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봐야 할 때다. 지나친 편향을 가지고 시장을 바라보면 자신의 선입견을 뒷받침하는 증거들만 눈에 들어오는 ‘확증편향’에 빠질 수 있다.
금리는 자금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시장에서 결정되는 일종의 시장가격이다. 시중의 유동성이 경색돼 공급이 줄어드는 경우나 경기가 좋아져 기존 유동성이 유지됨에도 자금의 수요가 증가하는 경우 등이 일어날 수 있다. 결국 금리가 경기나 금융시장에 부담을 주지 않을 정도로 충분한 예측 가능성을 주면서 완만하게 상승한다면 투자 측면에서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