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의결'로 성과급 잔치 벌인 증권사 임원들

보수평가委에 직접 참여·결정
감시자 역할 사외이사들도 방조
작년 직원 보수 평균 6.6% 늘때
고위직 연봉 증가율은 32% 달해


국내 증권사 경영진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성과급 체계를 통해 부를 축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임원들이 직접 보수평가위원회에 들어가 자신들의 성과급을 ‘셀프 의결’하며 성과급을 늘려온 셈이다. 이를 견제해야 하는 사외이사들도 감시자의 역할을 하기는커녕 대부분 거수기로 전락해 고액 성과급 잔치를 방조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일 서울경제신문이 국내 주요 증권사의 2017년 사업보고서와 보수 체계 연차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직원들의 보수는 평균 6.6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 호황으로 실적이 크게 늘어난 덕분에 공무원 인상률(3.5%)의 두 배 수준에 달하는 상승폭을 기록했지만 직원들의 만족도는 떨어진다. 대표이사를 비롯해 ‘샐러리맨의 꽃’으로 불리는 임원들은 연봉 증가율이 32.39%로 직원들의 5배에 이르기 때문이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주인이 번다”는 한 증권사 직원의 말처럼 증권맨들의 박탈감은 적지 않은 편이다.


임원들의 급여가 크게 늘어난 것은 성과급 덕분이다. 지난해 보수 체계 연차보고서를 공개한 13개 증권사 임원들의 보수를 비교하면 기본급은 소폭 줄었으나 성과급이 전년 대비 54%나 증가했다. 실적 상승에 따른 결과물이다.

개별 회사로 보면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직원들의 평균 보수는 2016년 9,342만원에서 지난해 9,390만원으로 0.51% 상승하는 데 그쳤다. 반면 사장·부사장·본부장 등의 경영진은 전년 대비 39.64% 올랐다. 상승폭을 비교하면 77배에 달한다. 성과급의 경우 최근 3년 실적을 고려해 일부를 이연 지급하는 것을 감안해도 격차는 상당하다. DB금융투자(016610)의 경우 예외 없이 유상호 사장과 고원종 사장이 보상위원회 멤버로 들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광수기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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