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회계논란] "회계 근거 금감원에 보였는데…정권 바뀌었다고 이러나"

"바이오젠 콜옵션 행사 의행서 2015년 7월에 보냈다"반박
삼성바이오 금감원 주장 엇갈려 '분식논란' 진실게임으로
향후 진행될 감리위·증권선물위 등서 치열한 논리싸움 예고

2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긴급 기자회견에서 관계자들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심병화(왼쪽부터) 바이오로직스 상무, 김동중 전무, 윤호열 상무./송은석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분식회계의 가장 큰 쟁점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취득가액이 아닌 공정가액(시장가)으로 평가한 근거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일 평가 근거를 새롭게 제시하는 등 금융감독원의 분식회계 결론에 정면 반박했다.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서로의 주장이 엇갈리며 진실공방 양상으로 확전될 가능성도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금감원의 결론이 금융위원회에서 최종 확정될 경우 행정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앞으로 진행될 감리위원회·증권선물위원회 등에서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시장가로 평가한 게 적절했는지 여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에피스가 제품 판매승인을 받은 후 에피스의 기업가치 증가로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바이오 업계의 특성상 신약 승인 등의 호재가 있어야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져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하며 지분평가 방식을 바꿨는데 금융당국이 이런 부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윤호열 삼성바이오로직스 CC&C 센터장은 “바이오 산업계 종사자라면 신약 승인이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모두 다 이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오업계의 의견도 비슷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 회사가 신약 허가의 모든 절차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후보 물질 발굴과 임상시험 등을 진행하기 위한 과학·의료적 역량뿐 아니라 의약품 생산을 위한 제조 역량, 각 보건당국의 까다로운 허가 승인을 얻어내기 위한 법·규제·지적재산권 등에 대한 역량까지 모두 갖춰야 한다”며 “나스닥 등 미국 시장을 봐도 신약 승인 소식이 주가 상승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쉽게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관계사 전환은 바이오젠이 콜옵션 행사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진 자의적 판단이라는 금감원의 논리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심병화 삼성바이오로직스 상무는 “지난 2015년 7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던 당시 바이오젠이 ‘이런 조건이라면 콜옵션을 행사하겠다’는 내용의 의향서(레터)를 보내온 적이 있으며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던 바이오젠이 2015년 2월부터 유증 참여를 재개했다”고 주장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관련 레터를 금감원에 보여준 적도 있다고 밝혀 향후 벌어질 공방에서 진실 여부가 가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오 업계에서는 “3년 전 회계근거를 금감원에 제시했음에도 정권이 바뀐 후 이럴 수 있느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물산으로 편입된 후 이처럼 민감한 사안에 대해 한국회계기준원이나 금감원에 문의 없이 일처리를 한 것도 적절하지 않은 조치였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들이 정한 규칙을 따랐고 국내 ‘빅4’로 불리는 대형 회계법인의 객관적 의견을 충실히 반영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바이오시밀러 기업인 셀트리온(068270)이나 글로벌 기업 론자 등 피어(동료) 그룹 분석도 진행해 결정한 만큼 회계처리에는 문제가 없도록 사전적인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2015년 비상장기업이던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감리했던 한국공인회계사회도 이번 결정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공회 관계자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삼정이나 딜로이트 등 회계법인도 글로벌 차원에서 서로 의견교환을 하는 등 세밀하게 처리했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계약서 내용을 보더라도 반론을 가질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회계감리는 반론의 증거가 없는 한 문제가 없어 종결한다”며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에서 문제 제기를 하니 문제가 없던 부분도 문제가 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금감원이 “‘투자자국가소송(ISD)’의 쟁점은 국민연금이 합병에 관여해 엘리엇이 손해를 봤다는 내용이므로 특별감리 결과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밝혔지만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대주주라는 점에서 분식회계 결론은 삼성지배구조 이슈로 확전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이슈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ISD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조치사전통지서를 감사인인 삼정·안진회계법인에도 전달했다. 감사인의 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은 만큼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안진 측은 “우리 회계처리가 맞다고 판단한다”면서도 “분식회계로 최종 결론이 날 경우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금감원과 회계법인이 문제없다는 판단에 따라 상장이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금감원은 “비상장회사에 대해서는 한국공인회계사회가 감리를 담당한다”고 반박하고 있어 금감원의 책임 소재도 논쟁 과정에서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박성규·김경미·박시진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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