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은 공정위가 시멘트 담합이 적발된 성신양회에 2016년 과징금 436억원을 부과했다가 두 달 뒤 절반으로 깎아준 데서 비롯된다. 이 사건을 대리한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 4명이 부담능력이 없으면 과징금을 깎아주는 감경 규정을 근거로 이의신청을 내고 이를 관철시켰다. 문제는 내지도 않은 과징금을 회계처리에 미리 반영해 재무제표상 적자로 포장하고 과징금을 줄였다는 점이다. 로펌은 이런 사실을 공정위에 숨겼다. 회계규정상 위반은 아니지만 이것이 분식회계와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이번 사건은 문제의 변호사가 다른 공정거래 사건에서 비슷한 방법으로 과징금을 깎으려고 하면서 들통이 났다. 공정위가 뒤늦게 감경조치를 취소했지만 하마터면 아무도 모른 채 넘어갈 수도 있었던 것이다. 문제의 변호사 중에는 전직 공정위 소속 공무원도 있었다고 한다. 공직에서 배운 노하우를 사익을 위해 변칙 활용했다니 개탄스럽기 그지없다. 한때나마 공복이었다면 과징금 감경조항을 이처럼 교묘히 악용할 수 있을까 싶다. 변호사로서의 직업윤리의식에도 반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공정위가 해당 변호사에 대해 대한변협에 징계를 요청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이른바 ‘한국판 로비스트’ 규정을 도입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번 사건처리 결과에서 보듯 해당 변호사 접견 제한이 고작이다. 이것만으로 전관예우로 인한 폐단을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공정위 출신 전관의 편법과 반칙행위를 가벼이 넘겨서는 안 된다. 재발방지 차원에서 보다 엄격한 징계규정이 마련돼야 한다. 필요하다면 금융당국처럼 기관제재 조치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차제에 과도한 과징금을 부과하고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깎아주는 것은 아닌지 재점검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