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시간) 중국에 도착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중국 측 협상단과 통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베이징의 호텔을 나서고 있다. /베이징=로이터연합뉴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을 포함한 대규모 미국 경제·통상 대표단이 3일 중국을 방문해 양국 간 무역갈등에 따른 파국을 피하기 위해 협상에 나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 책사인 류허 부총리가 중국 측 협상 대표를 맡아 베이징에서 미국 대표단과 머리를 맞대고 해법 찾기에 나섰지만 무역갈등의 원인을 보는 시각과 서로의 요구가 크게 달라 쉽게 접점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시장에서는 최근 이어지는 위안화 가치 절하가 무역전쟁 격화에 대비한 중국 측의 개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3일 홍콩 명보는 미중 협상에서 류 부총리가 중국 대표를 맡은 것으로 보이지만 구체적인 직함이 부여되지 않은 만큼 그의 역할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시 주석의 오른팔인 왕치산 국가부주석이 중국 협상단 막후에서 실세로 적극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기세등등한 미국의 통상 대표단에 밀리지 않으려는 중국 지도부의 의지가 강한 만큼 이번 협상은 팽팽한 기싸움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중국은 미국 대표단과의 협상을 환영한다”면서도 “하지만 이런 협상은 반드시 평등과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해야 하고 결과는 호혜 공영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중화권 매체들은 이번 협상에 앞서 실무진의 예비협의가 없었던 만큼 양측이 상대의 의중을 재확인하고 갈등을 봉합하는 마지노선을 정리하는 데 그칠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 이번 협상을 앞두고 미중은 서로에 대한 견제를 한층 강화하는 분위기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국가 안보 우려를 이유로 중국산 화웨이·ZTE 스마트폰에 대해 판매억제 행정명령 발동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금융당국은 무역전쟁이 격화될 것에 대비해 금융시장에 개입하는 모습이다. 이날 위안화의 달러당 기준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0062위안 오른(가치 하락) 6.3672위안에 고시됐다.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나흘 연속 절하돼 지난 1월24일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중국 정부가 미중 협상 결렬과 위안화 절상이 필요한 때를 대비해 시장에 개입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