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이동통신 5G 서비스를 위한 주파수 경매가가 3조원 중반대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정부가 ‘균등분배’에 무게를 두면서 5G 전국망 주파수인 3.5GHz에 배당된 280MHz 대역폭 중 한 사업자가 가져갈 수 있는 총량을 100MHz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이통 3사는 희비가 엇갈리지만 결과적으로 과도한 경매가에 따른 ‘승자의 저주’에서는 벗어나 5G에 대한 조기 투자가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3일 5G 주파수 할당 계획을 공고하며 다음 달 15일 경매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전파정책국장은 “5G 조기 상용화를 위해 정부가 가장 많은 부담을 짊어지는 방식으로 경매방안을 설계했다”며 “세계 최고 혁신 인프라 구축을 위해 할당 가능한 최대 주파수 대역폭을 한꺼번에 공급하게 됐다”고 밝혔다. 주파수는 데이터가 이동하는 일종의 도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넓은 주파수 대역을 가질수록 훨씬 빠른 속도로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다. 이통사들이 주파수 경매에 매번 사활을 거는 이유다.
할당 대상 주파수는 3.5GHz 대역의 280MHz대역폭과 28GHz 대역의 2,400MHz 대역폭 등 총 2,680MHz 대역폭이다. 과기정통부는 다음 달 5G 주파수 경매를 마무리하고 내년 3월 세계 최초로 5G 상용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각 대역의 최저경쟁가격은 3.5GHz 대역 2조6,544억원, 28GHz 대역 6,216억원 등 총 3조2,760억원이다.
이번 주파수 경매의 핵심 사안이었던 사업자당 할당 주파수 한도는 3.5GHz 대역은 100MHz폭, 28GHz 대역은 1,000MHz 폭으로 각각 결정됐다. 과기정통부는 3.5GHz 대역 최대 할당 대역폭을 100· 110, 120MHz 등 세가지 방안을 놓고 고민했지만 비교적 균등하게 대역폭이 돌아가는 100MHz를 택했다. 이로써 SK텔레콤(017670)·KT(030200)·LG유플러스(032640) 등 이통3사 간 3.5GHz 주파수 배분 대역폭은 100·100·80MHz 또는 100·90·90MHz가 될 전망이다.
주파수 낙찰 가격은 당초 예상보다 대폭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최대 할당 대역폭이 120MHz로 결정됐을 경우 하위 사업자는 40MHz만 할당받을 수 있는 등 경우의 수가 많아져 경매가격이 높아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주파수를 블록(10MHz)으로 쪼갠 뒤 이를 묶어 입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매 1단계 또한 10라운드를 넘기기 어려울 전망이다. 과기정통부는 경매 1단계의 경우 매 단계 갱신 시 0.3~0.75%가량 비용을 높이고 라운드는 50회까지로 제한하기로 했지만 1라운드에 끝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매 라운드마다 0.75%씩 비용이 높아지고 50회까지 진행될 경우 최대 낙차가는 4조7,500억원 수준이라 경매가 치열해지더라도 5조원이 넘지 않는다. 할당 받은 대역폭을 바탕으로 주파수 위치를 결정하는 2라운드 또한 사업자별 이해관계 차이가 크지 않아 눈치싸움이 크게 없을 전망이다. 일각에서 제기된 ‘승자의 저주’ 발생 가능성이 사실상 없어진 셈이다.
5G 상용화 이후 요금 수준도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로서는 최대 2조원 가량의 추가 세수를 포기한 만큼 5G 상용화를 위한 조기 투자 독려와 함께 5G 요금 인하 압박을 병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통사별 표정은 엇갈린다. 120MHz 폭 이상을 요구해 온 SK텔레콤은 “고객 편익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한정된 주파수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제한한 점에 유감을 표명한다”며 “향후 주파수 부족이 발생하지 않도록 추가 주파수 공급 계획이 조속히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KT와 LG유플러스는 “과거 SK텔레콤의 주파수 800MHz 독점 등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공정 경쟁을 강조한 조치”라며 “100MHz 폭으로 제한하더라도 사업자 간 총량 차이가 날 수밖에 없어 경매 진행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