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깜짝 발표는?]北 핵사찰 수용·연락대표부 설치…억류 미국인 석방 가능성

아사히 "CIA 訪北 때 ICBM도 폐기할 의향 밝혀
美는 2021년 초반까지 신속한 비핵화 전달" 보도
북미정상회담 前 억류 미국인 송환 조치할수도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마이크 폼페이오(왼쪽) 신임 국무장관 취임식에서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폼페이오 장관의 팔을 붙잡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 자리에서 “(북핵폐기) 완전히 해결할 때다. 나쁜 합의는 선택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워싱턴=AP연합뉴스


정부 고위관계자가 “북미 정상회담에서 깜짝 놀랄 만한 발표가 있을 것”이라 발언했다고 3일 알려지면서 북미 정상회담 합의문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북한이 정상회담을 위한 사전협의에서 이미 핵을 전면 폐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관측이 나오며 미국이 요구해온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CVID)가 정상 간 합의문에 담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미국 중앙정보국(CIA) 당국자와 미국 핵 전문가 등 3명이 지난 4월 하순부터 1주일 남짓 방북했다”며 북미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은 핵무기 사찰에도 응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폐기할 의향이 있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이 같은 의지를 밝혔으며 미국은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중심으로 이미 비핵화와 관련된 조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러한 협의 결과가 북미 정상회담 합의문에 담길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이 그동안 군사기밀이라는 점을 내세워 핵무기 신고를 거부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모든 핵시설과 12개 이상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핵무기 사찰에까지 응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중인 오는 2021년 초반까지 신고·검증·폐기를 완료하는 신속한 비핵화 의사를 전달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이 같은 내용이 사실이라면 남은 문제는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의 폐기 여부다. ICBM만을 폐기하면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은 제거되는 반면 북한과 인접한 한국과 일본에 대한 중·단거리 미사일 위협은 남게 된다. 수미 테리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장거리미사일 발사만 중단하고 중·단거리 미사일 발사 중단을 언급하지 않아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라고 우려했다.

북한에 억류된 김동철·김상덕·김학송 등 미국인 3명의 석방 문제도 관심사다. 억류 미국인 석방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에서 큰 외교적 성과로 내세울 수 있어 공을 들이는 문제 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지난 정부는 북한 측에 3명의 인질을 석방하라고 오랫동안 요청해왔으나 소용없었다”며 “계속 주목하라!(Stay tuned!)”는 트윗을 올렸다. 이는 억류자 석방을 위한 물밑협상 타결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북한이 이들 3명을 노동교화소에서 평양 외곽의 호텔에 옮긴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 CNN은 3일 석방이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북미가 워싱턴과 평양에 각각 연락대표부를 설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연락대표부는 통상 외교관계 수립을 앞둔 국가들이 상호 국가에 설치하는 사실상의 대사관 개념이다. 따라서 평양·워싱턴 연락대표부가 설치될 경우 북한이 미국에 요구해온 체제보장의 조건 중 하나인 북미수교를 위한 사전 조치로 해석될 수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 교수는 “평양주재 미국 대사관 이야기도 나오지만 이는 아직 앞서 가는 이야기”라면서도 “평양과 워싱턴에 연락사무소를 개설하는 부분은 적극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여건이 조성되면 서울과 평양에 각각 연락대표부를 두는 방안도 논의할 수 있다고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락대표부 설치는 종전선언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를 주권국가로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유예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남북미 종전 선언 후 워싱턴과 평양에 양국 대표부가 설치되면 올 가을로 예정된 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이 같은 내용도 본격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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