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삼성 때리기]功은 없고 비난·처벌 목소리만...검경서 부처까지 '코드맞추기'

■ 실상 어느정도기에
차명계좌·탈세 등 불법엔 엄정한 조치 뒤따라야하지만
JY 석방 후 하루 멀다하고 정부 차원 조사·제재 이어져
반도체 정보공개 등 무차별 공세땐 국가경제에도 악영향


‘차명계좌’ ‘탈세’ ‘노조 와해’…. 최근 언론에 비친 삼성그룹의 모습이다. 수시로 전해지는 검경의 압수수색 소식에 하루가 멀다 하고 고용노동부와 국토교통부·금융감독원 등 삼성을 겨냥한 6개 부처가 각종 조사·제재조치를 이어갔다.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기업 삼성에 대한 사정기관과 정부·정치권·시민단체의 몰아치는 공세 속에 삼성의 이미지는 적폐로 굳어져가고 있다. 그러나 삼성에 이런 오명만 안기기에는 우리 경제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적지 않다. 최근 조선과 자동차 등 기존 주력산업이 바닥을 찍는 동안 빈자리를 메꿔준 것은 삼성전자의 대표상품, 반도체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은 997억1,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60.2% 증가했으며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17.4%를 차지했다. 경제성장률 3%를 달성하는 데 크게 이바지한 것은 물론 새 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복지 확대를 위한 세수 확보에도 삼성은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3일 재계 등에 따르면 이처럼 경제 분야에서 삼성이 만들어낸 과실은 국민 모두가 고르게 누리고 있지만 최근 정부와 정치권·시민단체 등이 일제히 삼성 때리기에 나서며 오로지 비난과 처벌의 목소리만 흘러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삼성이 절대적인 위치를 누리며 저지른 불법과 탈법에 대해서는 엄중한 심판과 조치가 뒤따라야 하지만 한국의 경제성장과 삼성의 역할을 고려해 잘못을 바로잡더라도 일정한 원칙은 지켜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근 들어 삼성그룹과 총수 일가는 사정기관의 수사와 정부의 제재,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견제 속에 말 그대로 ‘바람 잘 날 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특히 정권교체의 발단이 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려 지난해 2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 수감됐다 올 2월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삼성을 대상으로 한 각종 조치가 집중되는 모양새다.


이 부회장 출소 직후인 지난 2월8일 경찰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4,000억원대 차명계좌를 확인한 것을 시작으로 같은 날 검찰은 삼성전자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실소유 의혹이 있는 자동차 부품사 다스의 미국 소송비용을 대납한 것과 관련해 수사에 착수했다.

사정기관뿐 아니라 정부부처도 삼성을 겨냥했다. 고용노동부가 같은 달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 측정 결과보고서 공개 방침을 밝혔고 지난달에는 국토교통부가 에버랜드의 표준지 공시지가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매각을 시사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또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부정을 저지른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국회의원은 3월 이 부회장에게 공개적으로 등기임원을 내려놓으라고 촉구했고 정의당은 이달 초 삼성그룹의 노조 와해 관련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등 정치권의 공세도 이어졌다.

삼성이 한국 대표기업에 걸맞지 않은 불법과 탈법을 저지른 부분은 비난과 처벌을 달게 받아야 한다는 데 반론은 없다. 다만 최근 삼성 관련 이슈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필요 이상의 제재가 오히려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고용부의 반도체 공장 작업환경 공개는 기술유출 우려를 낳은 뒤 국민권익위원회가 정보공개 집행정지 결론을 내리며 일단 한숨 돌린 상황이다. 그러나 행정심판 본안 소송에서 최종 공개 결정이 나올 경우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기술력이 중국 등 주변에 알려질 것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우리 수출의 주 무기를 빼앗길 수도 있는 형편인 셈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삼성의 잘못이 들춰지는 상황 역시 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최근 엘리엇은 한국 정부를 상대로 피해배상을 받아내겠다는 방침을 공고히 했다. 또 최근 삼성의 부정이 잇따라 불거져나온 데 따른 이미지 하락은 궁극적으로 삼성 기업가치와 한국 경제에 악재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국익을 폭넓게 고려한, 원칙 있는 삼성 비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예를 들어 삼성생명이 삼성전자를 팔았을 때 우리 경제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며 “경제민주화 관점에서 기업을 자꾸 흔들기보다는 실리적인 점을 고려해 조화와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과거 정부 결정이 뒤집어지며 삼성이 도마 위에 오른 경우도 많은데 이런 불확실성은 경제에 해가 될 뿐”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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