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EPA연합뉴스
프랑스가 자산을 외국으로 이전시키는 고소득층에 부과했던 ‘국외전출세(exit tax)’를 내년부터 폐지하기로 했다. 높은 세금을 피하려는 기업들의 해외자본 유출을 막는 동시에 외국 기업의 투자를 견인해 정부와 기업 간 신뢰를 회복하는 마크롱식 친기업 세제 정책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자 미국 경제주간 포브스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마크롱은 “국외전출세는 프랑스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부정적인 메시지를 준다”면서 “과거 프랑스가 매력적이지 않다고 생각한 스타트업들은 이 세목을 피해 외국에서 사업들을 많이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국외전출세는 80만유로(약 10억3,160만원) 이상의 주식·채권이나 한 기업의 주식 중 50% 이상을 소유하고 있는 프랑스 거주자가 해외로 자본소득을 옮길 경우 최대 30%의 추가 세금을 거두는 제도다. 우파 정부인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 재임 때인 2012년 도입됐다.
프랑스가 국외전출세 폐지 카드를 꺼낸 든 것은 세계적 기업·자산가들이 여전히 조세회피처를 이용해 조세포탈을 하는 상황에서 국외전출세가 프랑스 내에 기업을 설립하는 제약요소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 국외전출세 도입 이후 해외 사업가들은 프랑스에 투자하는 것을 꺼리고 있고 프랑스 기업인들은 해외에 기업을 설립하는 역효과가 증가하는 추세다. 프랑스 정부는 이 세금을 없애면 프랑스 내 스타트업 설립을 촉진해 유럽연합(EU) 평균을 웃도는 실업률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의 입장을 의회도 지지하고 나섰다. 프랑스 의회에서 지난해 10월 통과된 세제개편안에는 △부유세 폐지 △자본소득세에 누진세율 대신 비례세율 적용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여기에 프랑스 정부 역시 내년도 예산부터는 법인세 인하안을 포함할 계획이다.
이처럼 마크롱 행정부가 잇따라 고소득층에 적용되는 세금을 손질하고 나서면서 “부자들의 대통령”이라는 비판 목소리는 거세지고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은 “마크롱은 부자들을 위한 대통령이 아니라 최고 부자들을 위한 대통령”이라며 비꼬았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