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적인 자본주의 사회에 고하다..연극 ‘컨설턴트’

임성순 작가의 소설 ‘컨설턴트’가 연극으로 탄생했다.

‘컨설턴트’는 무명작가 ‘J’가 의뢰를 받고 쓴 시나리오에 따라 누군가 죽음에 이르게 되고 이후 의문의 남자 ‘M’이 ‘J’에게 ‘회사’라는 조직에 합류할 것을 권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스릴러물.



2010년 제6회 세계문학상 대상을 받은 작품으로, 인간의 존엄성보다 경제적 가치를 우선으로 하는 자본주의의 병폐를 여실히 보여준다. 또한 자본주의가 타인에게 가하는 폭력을 진지하게 풀어낸다.

완벽한 죽음을 설계하는 컨설턴트 ‘J’와 그런 그를 ‘회사’라는 미지의 세계로 끌어들이고 관리하는 ‘M’의 관계를 통해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한 개인이 느끼는 무력감과 갈등이 흡인력을 높인다.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TOM 2관에서 연극 ‘컨설턴트’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거미여인의 키스>,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 등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보여온 문삼화 연출이 합세했다.

문삼화 연출은 “원작은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지 않는 구조 속에서 무기력하지만 자발적이고 동시에 비겁하면서 합리화하는 개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설명하며 연극화 하는 과정에서, ”‘M’이라는 상징적인 인물을 끌고와서 회사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회사의 실세이자 ‘J’를 조종하는 의문의 사나이 ‘M’ 은 친절한 얼굴 뒤에 잔혹한 본성을 지닌 자본주의의 표상을 상징한다.


작품은 냉철하고 치밀한 죽음을 설계하는 남자 ‘J’ 가 끌고 간다. 인간이 지닌 나약한 면모를 자신의 욕망으로 정당화시키며 점차 괴물화 되어가는 인물이다. 원작의 ‘무기력한 ’ j와 달리 무대 위에서는 회사에 반항도 하고 저항도 한다. 그러다 자신도 모르게 괴물이 되어간다.

이에 대해 문삼화 연출은 “‘J’ 가 종국에는 스스로 산 것 같지도 않고 죽은 것 같지도 않게 된다. 절대 내 힘으로 깰 수 없는 무엇이 ‘구조’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J’역 배우 주종혁은 ”존경하는 김호영 선배님의 추천으로 공연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얘기 같지만 사실은 굉장히 현실적인 작품이다“고 말했다.

이어 “‘구조’라는 단어 자체는 생소할 수 있지만 우리는 모두 사회 구조 속 구성원이다. 그런 부분들에서 공감을 느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J’역 또 다른 배우 주민진은 “사실 특별한 부분에 중점을 두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서 준비를 했다. 보시는 관객들이 다 다르게 느끼실 것 같다. 마치 뷔페처럼 보시는 분에 따라 다 다르게 느끼실거란 생각이 든다”고 작품의 관전 포인트를 밝혔다.

‘M’ 역 배우 고영빈은 ”어떤 작품을 준비할 때보다 고민이 많았다. “ 며 ”힘든만큼 인물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재미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극에서 ‘J’를 볼 때는 나 자신, 주변인물이 떠오를 것이고, ‘M’을 볼 때는 내가 속해 있는 구조와 사회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고 작품의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연극 ‘컨설턴트’는 4월 20일(금)부터 7월 1일(일)까지 대학로 TOM(티오엠) 2관에서 공연된다. 정범철 작가가 원작 소설을 시나리오로 옮겼고 문삼화가 연출한다. ‘J’ 역에는 주종혁, 주민진, 강승호가, ‘M’ 역에는 고영빈, 오민석, 양승리가 출연한다. 팜므파탈 매력으로 ‘J’를 사로잡는 ‘매니저’ 역엔 김나미와 전소연이, ‘디아더’ 역엔 윤광희와 김주일이 열연한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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