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에어도 뿔났다...'조현민 갑질' 제보 봇물

직원들 첫 개설 '제보방'에
"무급 청소노동·고객추심 강요
여 승무원 청바지 유니폼 강제"
증거 모아 단체행동 나설 듯

3일 진에어 직원들이 카카오톡 ‘진에어 갑질 불법비리 제보방’에 사측 갑질에 대한 폭로글을 잇달아 올리고 있다. /사진=SNS 캡처

‘조현민 나비효과’가 대한항공 계열사인 진에어로 번졌다. 진에어 승무원들은 “사측 요구에 따라 10년 동안 비행기 내부를 청소하고 남성 고객의 성희롱을 견뎌야 했다”며 사측의 ‘갑질’을 폭로하고 나섰다.

3일 진에어 직원들은 전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개설한 ‘진에어 갑질 불법비리 제보방’에 이 같은 정황을 폭로하는 글을 잇달아 게시했다.


가장 문제가 된 글은 승무원들의 무급 청소노동이다. 복수의 진에어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선 1편당 배정된 승무원 4명은 김포공항을 제외한 4개 국내선 공항에서 항공기가 잠시 정차하는 10~15분 동안 189석 비행기 내부와 화장실을 모두 청소하고 있다. 공항 게이트와 맞닿은 출입문은 외부인이 오갈 수 있어서 승무원이 반드시 1명 이상 반드시 지켜야 하지만 승무원이 청소에 매달리다 보면 보안이 뚫리기 일쑤다. 진에어 승무원 A씨는 “10분 안에 모든 비행기를 청소해야 하다 보니 승객 머리에 닿는 면 커버도 대충 툭툭 털고 다음 승객을 받는다”며 “승객의 안전과 위생 모두 위협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승무원들이 개인 승객의 카드 결제 대금을 받느라 감정노동을 강요당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항공사는 면세품 재고와 카드 결제 금액 사이에 착오가 생기면 본사 차원에서 승객에게 연락을 취한다. 하지만 진에어는 ‘고객 친절 응대’를 이유로 해당 항공편 승무원이 직접 승객에게 연락해 수금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승무원들은 “개인번호로 연락하다 보니 남성 승객들이 ‘소개팅하자’거나 ‘예쁘게 생겼다’고 성희롱 문자를 보내는 일이 부지기수”라며 “저자세로 수차례 연락해 돈을 받아내면 다행이지만 받지 못하면 사비로 메워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승무원 B씨는 지난해 한 승객에게 5만원을 받아내기 위해 3개월 동안 문자를 보내야 했다. B씨는 “채권 추심자도 아닌데 퇴근 후 이런 감정노동을 해야 한다는 게 서러웠다”고 전했다.

여성 질병이 심한데도 사측이 ‘청바지 유니폼’을 강제하고 있다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진에어는 국내 항공사 중 유일하게 객실승무원 유니폼을 청바지로 정하고 있다. 장시간 근무에 꽉 끼는 청바지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조현민 전 진에어 부사장은 수차례 유니폼을 변경하면서도 청바지는 바꿀 수 없다고 고집했다. 승무원 C씨는 “청바지를 입고 10시간씩 비행하다 보니 질염과 방광염을 앓는 동료들이 10명에 7~8명꼴”이라며 “회의 때마다 건의했지만 달라지는 것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노조가 없는 진에어 객실승무원 직원들은 제보방에 증거자료가 모이는 대로 단체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진에어 관계자는 “유니폼과 기내 청소, 면세품 기내판매의 문제점을 사측도 인지하고 있다”며 “직원들의 건의사항을 받아 개선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