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새책 200자] 화필잡담 外


삶을 깨치는 그림 인문학

■화필잡담(전창운 지음, 별출판사 펴냄)=“오늘 제주의 돌담은 인생의 오후반(午後班)을 걸어가는 환쟁이를 불러놓고 이렇게 말한다. 인생은 뒤에 남은 것에서 힘을 찾아야 하네. 화가는 한 자리를 묵묵히 지키는 나무 같아야 하고 걸작은 만년에 이뤄진다는 것도 꼭 명심하게. 아름다운 건 더디 이뤄진다는 것도.” 서양화가이자 교수인 저자가 삶과 예술을 넘나들며 터득한 그림 인문학 131편을 묶었다. 쉬듯 즐기듯 책장을 넘기라고 목차조차 따로 두지 않았다. 지혜가 고인 글 사이사이에 맑고 순한 저자의 그림이 함께 담겨 있다. 1만4,500원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사랑하라

■사랑, 할까 말까(정재흠 지음, 문학의문학 펴냄)=사랑만으로는 살기 힘든 세상이다. 취업이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우니 돈이 모일 틈이 없다. 연인과 백년가약을 맺으려면 작은 방 한 칸이라도 마련해야 하는데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을 감당할 엄두도 못 낸다. 경기도 안성의 꿈퍼나눔마을 촌장인 저자가 쓴 이 책은 젊은 세대가 분노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인정한다. 불평등한 사회 구조의 변혁을 요구하는 것도 지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포기하는 것은 반대한다. 공감과 연대를 통한 사랑이야말로 시대의 불합리를 뛰어넘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기폭제이기 때문이다. 1만2,000원



빅데이터 시대 ‘문송’은 없다

■왜 인문학적 감각인가(조지 앤더스 지음, 사이 펴냄)=‘포브스’ 객원기자로 활동하는 저자가 2015년 포브스의 커버스토리로 쓴 기사에서 시작된 책이다. 실제 비즈니스 현장과 우리 삶에서 인문학 가치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현상을 보여주며, 왜 최첨단 하이테크 시대인 21세기에 역설적으로 인문학적 감각이 필요한지 이야기한다. 빅데이터라는 광활한 사막에서 헤맬 일이 더 많아지고, 수많은 데이터와 숫자의 의미를 해석할 줄 아는 인간의 판단이 더 중요해진다는 설명이다. 1만4,500원


佛작가 파스칼 키냐르의 통찰

■파스칼 키냐르의 말(파스칼 키냐르·샹탈 라페르데메종 지음, 마음산책 펴냄)=프랑스의 불문학자가 공쿠르상 수상자인 프랑스 작가 파스칼 키냐르를 인터뷰한 대담집이다. 소설·산문·비평·시·철학·우화 등 폭넓은 장르를 넘나들며 글을 쓰는 작가는 인터뷰 내내 방대한 사유 조각들을 쉴 새 없이 쏟아낸다. 글쓰기와 문학뿐 아니라 음악·회화·언어·역사·철학 등 광범위한 주제를 다룬다. 2차 세계대전으로 폐허가 된 도시에서 보낸 어린 시절의 기억도 들려준다. 출판사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아홉 번째 책. 1만5,000원


동일본 대지진에 흔들린 두 남자

■영리(누마타 신스케 지음, 해냄 펴냄)=제157회 일본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인 이 소설은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을 전후로 삶이 완전히 뒤바뀐 두 남자에 대한 서사를 담고 있다. 주인공 ‘나’가 결혼을 생각했던 동성 친구와 헤어지고 도호쿠 지방으로 전근을 간 후 그곳에서 ‘히아사’라는 인물을 만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인물들 간의 시점 변화와 세계관의 차이를 섬세한 문장으로 묘사하면서 존재의 깊은 고독과 상실의 감정, 불가사의한 자연과 맞닥뜨린 인간의 내면을 성찰한다. 1만1,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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