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어린이날] '사랑의 매', 훈육일까 vs 학대일까

양치컵·세숫대야로 머리 한번 툭
훈육 주장하지만 "한 대도 학대"
70% 이상 가정에서 부모에 당해
"옆집 애는 안 그런데 넌 왜 그래"
언어폭력도 정서적 학대에 포함


“너 왜 언니를 괴롭히니?” 주부 A씨는 딸 전모(7)양이 언니와 다툰다는 이유로 전양의 머리를 양치 컵과 세숫대야로 수차례 때렸다. A씨는 “훈육차원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울산지방법원은 A씨를 아동학대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경계가 모호한 가정 내 훈육은 아동 학대로 이어지기 쉽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발표한 지난해 아동학대 현황에 따르면 아동학대 가해자의 76.9%가 부모였고 아동학대가 일어난 장소도 가정(78.6%)인 사례가 가장 많았다.


자녀 체벌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상당히 관대한 편이다. 지난해 9월 보건복지부 인식조사에서 응답자의 85.2%는 ‘훈육과정에서 체벌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아동전문가들은 ‘단 한 대의 매’도 아동학대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세영 이화여대 대학원아동학과장은 체벌에 대해 “가장 나쁜 훈육 방법”이라며 “훈육에서 중요한 것은 부모와 함께 세운 원칙을 어겼다는 것을 아이에게 납득시키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현행 아동복지법은 아동학대를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으로 규정해 적극적인 가해행위는 물론 단순 체벌 및 훈육까지 아동학대에 포함하고 있다.

아동학대 유형은 크게 신체적·정서적·성적·방임 학대로 나뉜다. 신체나 도구를 이용해 때리는 것 외에도 꼬집거나 뾰족한 도구로 찌르는 행위, 완력을 이용해 아동의 신체를 강하게 흔들거나 거꾸로 매달고 물에 빠트리는 행위도 신체적인 학대에 해당한다.

정서적인 학대는 더 간과하기 쉽다. 훈육과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옆집 친구는 이렇다던데 넌 왜 그러냐” “내가 너를 낳고 미역국을 먹었다니” “다리 밑에 갖다 버린다” 등의 말도 경멸적 언어폭력으로 정서적 학대 행위에 포함된다. 이밖에 술집 같은 미성년자 출입금지 업소에 아동을 동행하는 행위, 벌거벗겨 내쫓거나 가정폭력을 목격하도록 하는 것도 정서학대의 일종이다.

전문가들은 부모가 자녀의 특성을 파악해야 올바른 훈육이 가능하다고 조언한다. 자녀의 성숙도와 민감도에 따라 형에게는 일상적이었던 행동이 동생에겐 학대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최은영 육아정책연구소 박사는 “무작정 주도권 싸움을 벌이기보다 ‘자녀는 어떻게 느끼나’를 먼저 듣고 사고방식을 파악해야 훈육의 효과가 있다”며 “아이가 통제 불능일 땐 섣불리 무력을 쓰기보다 찾아가는 부모교육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고 권했다. 경미화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홍보협력팀장은 “보건소·산부인과나 지자체 차원에서 예비부모들에게 아이의 권리에 대해 상시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지현·신다은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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