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확장법 232조’ 포고문을 이행하기 위한 세부 통관절차를 최근 공지했다. CBP는 54개 철강 품목별로 쿼터 수량을 명시하고 이미 올해 쿼터를 채운 품목은 미국으로 수입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추가 수입이 불가능한 품목은 총 54개 품목 중 9개다. 파일용 강관은 할당된 4,807톤을 이미 수출했다. 방향성 전기강판도 7,505톤 쿼터를 소진했다. 스테인리스 냉연(쿼터 1,649톤), 스테인리스 주단강 잉곳(215톤), 스테인리스 평철 선재 및 비정형제품(3만2,914톤), 봉형강류중 앵글과 섹션 일부 제품(1,150톤), 공구강(849톤) 등도 올해는 더 수출하지 못한다. 일반강 평철, 열간압연제품 2개 품목은 배정받은 쿼터가 없다. 이는 대미 수출 실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업계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정부가 “한국이 유일하게 미국의 철강 관세 부과국에서 벗어났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면제’를 받고 2015~2017년 연간 수출의 70% ‘할당량’을 받아온 협상 결과의 문제점이 드러난 셈이다. ★본지 2018년 5월1일자 12면 참조
상반기도 지나지 않아 할당량을 다 채운 품목이 발생한 것은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연간 할당량을 받아오면서 기산일이 1월로 잡혔기 때문이다. 철강 업계는 미국의 철강 관세 발효일인 5월부터 할당량이 적용될 것으로 낙관해왔지만 결국 미국은 쿼터 기산일을 1월1일이라고 확정했다. 이미 수출된 물량도 할당에 소급된 것이다. 쿼터제에 발목 잡히기 전에 미리 물량을 보내자며 올해 초부터 미국에 수출을 늘려왔던 기업들은 낙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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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업계는 다른 품목에서도 쿼터를 조기 소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올해 매달 15만톤 안팎의 물량을 미국에 보내고 있는 가운데 5월까지 큰 변동이 없다면 73만톤 정도를 수출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강관제품의 경우 쿼터가 104만톤인 만큼 남은 7개월 동안 한 달에 5만톤도 수출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장 다른 해외시장을 찾기도 어려워 업계의 고민은 깊어만 가고 있다. 결국 갈 곳 잃은 물량을 내수시장으로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철강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당장 해외에서 대체시장을 찾는다는 것은 허울 좋은 소리일 뿐”이라며 “공장을 끌 게 아니라면 국내에 물량을 풀 수밖에 없는데 업체들이 물량을 일제히 쏟아내면 가격이 떨어져 얼마 남지도 않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산업부는 이미 소진된 철강 품목 9개는 ‘주력 수출 품목’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9개 품목의 연간 쿼터 물량은 4만9,000톤”이라며 “2개는 애초에 우리나라에서 미국에 수출하지 않아 쿼터 물량이 없는 품목이며 7개도 우리 주력 수출품은 아니다. 전체 쿼터 물량 263만톤 중 1.9%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전체 철강재 기준으로 한국의 철강 쿼터 소진율은 올해 4월까지 수출통관 기준 34.6% 수준이다. 강관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 미국으로 보낸 배에 실린 물량을 내릴 때쯤이면 쿼터를 넘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며 “미국에서 어차피 못 들어간다면 지금이라도 배를 돌려야 하나 싶다”고 우려했다.
/박형윤·김우보기자 man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