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 정유미, 쓰디 쓴 사회초년생이 진짜 어른이 되기까지

믿고 보는 배우 정유미의 저력이 끝까지 빛난 작품이었다.

지난 6일 18회를 끝으로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라이브(Live)’ 마지막 회에서 한정오(정유미)는 도망치고 싶은 사건의 연속인 현장이지만 여전히 그 자리를 지켰다. 거창한 사명감을 찾기 보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염상수(이광수)를 비롯한 지구대 동료들과 함께 현장에서 두 발로 뛰는 경찰 한정오의 삶을 그리며 약 3개월 동안 쉼 없이 달려왔던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매번 하나의 이미지에 국한되지 않고 새로운 도전과 시도를 즐길 줄 아는 배우답게 정유미는 또 한 번의 연기 변신을 선보였다. 그 동안 ‘로맨스가 필요해2012’ ‘연애의 발견’ 등 드라마에서는 특유의 사랑스러움으로 연애 욕구를 자극했다면, 이번 ‘라이브(Live)’를 통해 장르물까지 섭렵했다. 무엇보다 성폭행사건 피해자라는 말 못할 가슴 아픈 개인사가 있는 인물인 한정오의 복합적인 내면을 입체적으로 그려내 공감을 이끌었다. 맡은 캐릭터마다 자신의 색으로 재탄생 시키는 정유미의 메소드 연기는 시청자들을 매 회 그녀를 통해 한정오의 감정을 자연스레 따라가게 만들어 믿고 보는 연기퀸의 저력을 다시 한 번 실감케 했다.

정유미가 그린 한정오는 극 초반 오기로 똘똘 뭉친 쓰디 쓴 청춘이었다. 톡 쏘는 말투와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은 뜻을 굽히지 않으며, 세상을 살아간다기 보다는 이 악물고 버티기에 급급했다. 실력보다 외적 조건만을 중시하는 사회에 반기를 들 듯 선택한 안정적인 직장이 경찰이었을 뿐이다. 남들처럼 사명감 하나로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지구대 속 인생 선배들과 또 다른 눈이 되어준 동기들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사명감이 자라났다. 거기에 연이어 터지는 강력사건들로 인해 깊숙이 숨겨 둔 아픔을 밖으로 끄집어내게 됐고, 12년 만에 속 시원한 울음을 터뜨리며 응어리를 풀어내면서 진짜 어른으로 성장했다. 이 모든 성장 과정을 정유미는 때로는 눈물로, 때로는 섬세한 내면연기로 그려내며 보는 이들에게 가슴 뭉클한 감동을 전했다.

4년의 공백이 무색할 만큼 통쾌한 웃음을 유발하는 당돌함과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눈빛과 표정, 대사의 톤과 호흡까지 조절하는 정유미의 세밀하고 절제 된 연기는 극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겉으론 단단해 보이지만 속은 여린, 그렇다고 보호 받아야 하기 보단 스스로 개척하고 이겨나가는 새로운 여주인공을 탄생시켰다. 항상 색다른 모습으로 다채로운 매력을 뽐내는 정유미가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장르, 캐릭터를 만나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벌써부터 기대를 모은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