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정유사업 자회사인 SK에너지는 지난달 초 대만에 지사를 설립했다. SK 측에서는 대만 지사 설립 사실은 맞다면서도 설립 목적과 사업 내용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SK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지사를 설립해 무엇을 하겠다는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업계에서도 SK에너지가 국내 정유사 1위인 만큼 대만 지사 설립 의도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만은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2만4,000달러 정도로 경제 규모가 작지 않은 나라다. 국내 정유사의 석유제품 수출량도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 2014년 1,592만배럴로 저점을 기록한 대만 수출량은 이후 꾸준히 늘어 지난해는 4,130만배럴까지 확대됐다.
하지만 대만 인구가 2,400만명가량으로 석유 시장 성장에 한계가 있는데다 특히 포모사·CPC타이완 등 대형 정유사가 있는 만큼 대만의 기존 시장에 SK에너지가 뛰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업계에서는 해상 물류기지로서의 대만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대만 가오슝항의 물동량은 약 1,000만TEU 정도로 부산항의 절반 수준이지만 동남아와 동북아를 연결하는 중요한 지리적 위치에 있다. 이 때문에 해상선박유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만의 경우 항만 규모는 중국이나 홍콩·부산 등에 비해 작기는 하지만 꾸준히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 물동량이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국제해사기구(IMO)가 오는 2020년부터 선박연료 황함유율을 현재 3.5%에서 0.5%로 감소하는 규제를 발효할 예정인 상황에서 SK에너지가 친환경 해상선박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움직임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실제로 SK에너지는 IMO 선박유 연료 기준 강화에 맞춰 지난해 울산CLX에 저유황 선박유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증설하기도 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도 “정유사의 해외 지사는 구체적인 영업보다는 대부분 해당 정부와 업계에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위한 사전 작업을 위한 것”이라며 “대만 국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움직임은 아닌 듯하다”고 말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